은행나무 열매, 천덕꾸러기로 전락돼선 안된다

2017년 10월 18일(수) 18:48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해 광주지역 가로수로 널리 이용돼 온 은행나무가 최근 천덕꾸러기로 전락되고 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와 달리 떨어진 은행열매에서는 악취가 심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에 따르면 광주지역 도심에는 총 14만그루의 가로수 중 4만4천그루의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은행나무는 화재와 공해에 강하고 한번 심으면 1천년 이상 사는 유실수로 산소배출량이 다른 수종의 5-6배여서 가로수로도 용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광주의 시목이라는 이유로 은행나무가 다른 종에 비해 많이 식재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은행열매 때문에 시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서 10월에 암그루에 달린 열매가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 바깥쪽의 외과피(外果皮)는 다육성으로 악취가 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로 저변에 널려 있는 은행열매를 피하기 위해 시민들이 인도를 벗어나 차량 도로로 걷는 가 하면, 코를 막으며 걷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로썬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수종을 교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 그루 교체마다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어 광주시가 다음달 10일까지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할 시민들의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낙과 시 발생되는 악취로 인한 시민 불편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채취로 인한 가로수의 피해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뒤늦게 나마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은행은 굽거나 가열해서 익히면 독성이 줄고 독특한 풍미가 있기 때문에 날 것으로 먹지 않고 볶거나 구워 먹는데 신선로 등의 요리용으로도 쓰이며, 해수·천식 등에도 효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은행나무가 다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