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과 경제 그리고 정치 이병훈 |
| 2017년 10월 19일(목)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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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분절된 사회가 아닌 통합적인 사회로,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예술과 경제, 정치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각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았던 관점도 새롭게 재조명하는 시도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먼저 미술의 경우를 보자.
미술의 역사는 미술에 대한 재정의의 역사라고 했다. 예컨대 소변기를 뒤집어서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예술작품으로 둔갑시킨 마르셀 뒤샹의 작품 의도는 작품의 외형보다 작가가 생각해 낸 개념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바로 발상의 전환 또는 창조적 파괴를 가져온 것이 현대 미술에 큰 획을 그은 ‘개념 미술’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술의 역사에서 이러한 뒤집기를 통한 혁신은 계속되어 왔다. 16세기 작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채소 기르는 사람’이 또한 대표적이다. 눈은 깐 마늘로, 코는 길쭉한 무로, 입술은 버섯으로, 볼은 양파로 구성하여 그린 그림이다. 마치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위아래를 바꾸어 보면 채소가 검은 그릇에 담겨 있는 그림이 된다. 바로 뒤집어 보기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이다.
경제도 ‘무엇이 잘 사는 것이냐’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의 번영하면 경제성장을 떠올리고 경제성장은 당연히 국내총생산(GDP)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GDP는 국민의 행복이나 삶의 질, 복지를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또한 가계는 GDP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훨씬 관심이 많을 것이다.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에서 평균적인 1인당 GDP보다, 나의 세금이 얼마인지, 내 임금은 얼마인지 등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경제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
즉, 경제란 국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핍의 경제학’이란 책에 의하면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잘 사는 것이란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분배의 공평성,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 주는 정신적 안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치는 예술이나 경제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고 국민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아직껏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치, 국민생활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잔치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해왔다.
아직도 지역구 행사에 내려와 해당 지역 예산을 마치 자기가 다 따온 것처럼 떠벌리는 정치인이 활보하는 정치 관습도 문제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로 탈바꿈 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이제 정치의 개념도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인 정치는 국민의 입장에서 갈등의 조정과 자원 배분 기능을 제대로 하여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뒤집어보아 국민을 배려하고 섬기는 정치, 공익을 구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정치가 잘 되어야 경제가 살고 문화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예술가의 눈으로 뒤집어 본 예술을 통해 예술이 발전해왔듯이, 경제도 뒤집어 보아야 하고 정치도 뒤집어 보아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로봇의 대체로 상실되기 쉬운 인간의 존엄성이나 고용창출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