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인구, 언제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이정록 |
| 2017년 10월 24일(화)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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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1980년 23만8천39명, 1990년 27만1천506명, 2000년 26만5천700여명, 2017년 9월말 현재 28만2천62명이다. 1980년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47년 간 계속 증가 추세다. 지방중소도시 대부분이 경험하는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침체, 도시 활력 저하 등이 순천에선 예외다. 순천과 기능이 유사한 목포·진주·충주·강릉 등의 인구와 비교하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순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순천으로 전입한 인구와 이들이 만든 출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런 사실은 순천 인구 이동(1995년-2015년)을 분석한 필자의 최근 연구(지방중심도시의 인구이동과 공간구조, 대한지리학회지, 52-5호 근간 예정)에서 확인됐다. 지난 21년간 43만9천32명이 순천을 떠났고, 44만5천671명이 순천으로 들어왔다(관내 전출입자는 제외). 전출 인구보다 전입 인구가 많았다. 전출의 54.6%, 전입의 60.5%가 광주와 전남에서 만들어졌다. 타 시·도보다 광주·전남에서 주로 왔다 갔다 했다.
전출입 인구를 광주·전남으로 한정하면 더 흥미롭다. 전출 인구 목적지는 광주(26.7%), 광양(24.9%), 여수(18.0%), 고흥(8.6%) 등의 순이었다. 전입 인구 배출지는 광양(24.8%), 여수(22.0%), 광주(20.7%), 고흥(9.9%) 등의 순이었다. 고흥·보성·구례를 포함한 전남 동부권이 전입 인구의 66.9%를 차지했다. 순천에서 인접한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비슷한 추세였다. 하지만 순천으로 들어오는 인구 비중이 더 높았다. 특히 광양과 여수는 전입 인구의 주요 공급지였다.
전남 동부권에서 순천으로 인구가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태·정원도시라는 도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순천이 갖는 고차(高次) 중심 기능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남 동부권 중심 도시로 기능한 역사성, 주변 지역으로 통근·통학에 유리한 교통 편리성, 교육·학원·쇼핑 활동과 주거 환경의 상대적 우위성 등이 그것이다. 중심지 이론에서 말하는 ‘포섭(包攝)의 원리’가 작동해 주변 지역에 사는 30대 연령층을 순천으로 끌어들였다. 쉽게 말해 중심 도시로 몰리는 빨대 효과가 작동한 결과였다.
실제로 지난 21년간 30대 인구 이동은 순유출보다 순유입이 많았다. 순천을 빠져나간 인구보다 들어온 인구가 월등하게 많았다. 30대 연령층은 9세 미만 인구를 동반해 전입했다. 30대 연령층 전입 인구 증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생자수 증가로 연결됐다. 출생은 6만809명으로 순이동(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수치) 6천639명보다 많았다. 전입한 30대 연령층이 만든 출생이 인구 증가에 보다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순천으로 계속 유입하는 30대 연령층은 누구일까. 이들은 순천이 가진 독점적 도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동부권 시·군에서 전입했거나 광양·여수 중심 광양만권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주변 도시엔 없고 순천에만 있는 독점적·배타적 도시 기능을 누리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순천 인구를 증가시키는 실질적인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순천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까. 1980년 이후 지속한 증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지난 7월 발간된 ‘순천시 청년 통계’가 이를 암시한다. 순천 인구 중 청년 인구(19세-39세)는 27.2%(2016년 12월 기준)로 전남 평균(23.7%)보다 높다. 문제는 2001년 이후 청년 인구가 계속 빠져나간다는 사실이다. 40대 인구도 전출이 전입보다 많았다. 19세-49세 인구의 전출 초과 추세는 인구 증가에 결정적 방해가 된다. 전입이 줄어들면 출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를 둔화시킬 요인은 또 있다. 고흥·보성·구례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순천으로 들어올 30대-40대 연령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게다가 전입 인구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던 광양과 여수 사정도 간단치 않다.
순천 인구 성장은 주변 지역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광양만권 공업화와 순천이 갖는 독점적 중심 기능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주변 농촌 지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광양만권 개발 사업도 주춤거린다. 인구 증가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순천·여수·광양이 도시 연합을 통해 ‘범위 경제’를 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접 도시와 호혜적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순천이 가진 중심기능이 강화돼 인구를 끌어 들릴 수 있다. 순천이란 도시에 그렇게 할 리더십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