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자식(子息)

2017년 10월 25일(수) 18:58

필자에게 왔던 중년의 신사는 둘째 자식 문제 때문에 왔다. 그는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는 바람에 거의 고아로 자라면서 오직 성공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을 해서 나름대로 좋은 대학을 가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의지가 강한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첫째는 평범했지만 둘째가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잘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모든 정성을 쏟아서 아이를 양육했다. 술·담배도 하지 않고 오직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서 집안일도 도와주고 항상 아이들과 놀아주며 공부도 시켜줬다. 주말에는 월급쟁이 생활을 해서 빠듯하지만 항상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냈다. 아이들이 커서 학원에 갈 나이가 될 때에는 같이 고생을 해야 한다며 차에서 기다리며 아이들 끝날 때쯤 돼서야 같이 저녁밥을 먹는, 말 그대로 자녀가 인생의 전부였고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부모였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가 중학교 3학년이 끝나고 사춘기가 오면서부터였다. 학원에서 만났다는 선배와 연애를 하고 공부도 등한시하고 그것을 지적하는 아빠와는 항상 다툼이 생기고 결국에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까지 그만두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훌륭한 가정을 가지는 게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져있습니다.”

이 남성은 둘째로 인해서 자신의 인생 또한 실패한 인생으로 단정 지으려 했다. 사실 유독 우리나라는 가족의 특성과 유교문화로 인해 자식을 나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식은 자신만의 타고난 그릇이 있다. 아무리 교육을 잘 시킨다고 해도 근본적인 성품이나 그릇은 바뀌지 않는다. 둘째는 원래 사주에 정관(正官)과 정인(正印)이 뿌리까지 없었다. 자신을 절제하거나 깊은 생각이 없다는 애기다. 그런 아이가 사춘기가 오기 전까진 아빠의 기운에 눌려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억눌린 상태로 모범생으로 지내다가 사춘기가 오니 본성(本性)이 살아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주에는 자식이 없었다. 엄연히 자식이 있는데 왜 사주에는 자식이 없게 나왔을까. 어차피 자식은 자신의 뜻대로 안된다는 애기다. 그가 그것을 모르고 자식을 자신의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에 이미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사주는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기준이 아닌 자식의 타고난 그릇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 그릇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지원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 동양학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