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학단’의 편지로 선인들 삶 되새기다 ‘옛 편지로 다시 생각하는 붕우유신’ 권수용 편역 심미안 2만원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0월 29일(일) 20:21

“무릇 얻은 것이 있고 의심난 곳이 있으면 모두 그때그때 기록해 붕우(朋友)들을 만났을 때 서로 의논해 정확히 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다시 잊어버리게 될 걸세.”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1798-1879)이 세상을 뜨기 한 해 전인 1877년, 제자인 김유(金濡·1835-?)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학문을 탐구하면서 의심난 부분은 그때그때 메모해 뒀다가 벗들을 만나면 서로 의논하여 확정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스승과 제자, 동문과 동지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것은 비단 과거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아주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

기정진은 조선 성리학의 6대가 중 한 사람으로 19세기 근대 유학을 부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1527-1572)을 배출한 호남의 명문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적으로 독특한 유리론(唯理論)을 전개했으며, 위정척사사상을 견지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문인들 중에는 학문적으로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뿐만 아니라 의병활동을 전개한 사람도 많이 나왔다. 문인들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으며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등지에 많이 살고 있고, 섬 지역에까지 속속히 전파돼 거대 학파를 형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노사학단’이다.

‘옛 편지로 다시 생각하는 붕우유신’은 이른바 ‘노사학단’ 인물들 간에 오고간 편지를 통해 선인들의 정신세계를 다시 살피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고산서원, 장성 행주기씨 금강종가, 그 일파인 연파 후손가에 소장된 편지들을 조선대 한국한자료센터에서 디지털베이스화 했고, 그것을 한데 모아 조선대 한국학자료센터 전임연구원인 권수용이 편역해 출간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