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명국(命局)

2017년 11월 08일(수) 18:36

한 젊은 여성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이 다른 곳에서 사주를 봤는데 더 답답해서 왔다고 했다. “제가 사주를 봤는데 직장운도 약하고 승진도 힘들고 결혼도 하기 힘들다는 거예요. 제 사주가 그렇게 안 좋나요?”라고 물어보니 “단순하게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모든 시험을 다 통과했죠?”“네”“본인은 의지가 강해서 앞으로도 막힘이 없을 거예요”라고 말해줘도 “괜히 저 듣기 좋으라고 그런 말 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라는 그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지금껏 상담했던 자료 중에 몇 가지를 펼쳐 보이며 말해줬다. “자, 이런 분들도 관성(官星)이 안 들어 나있는데 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결코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니니 자존감을 더 가지세요”라고 이해를 시켜줬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다. 역학(易學)이 하나의 학문이다 보니 고전(古典)만 읽고 이론만 많이 접해본 사람이 실전에서 상담을 할 때 현실과는 괴리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주 원국에 재성(財星)이 안 나타나있어도 부자가 많고, 사주 원국에 관성(官星)이 없어도 공무원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사주학이 하나의 기학(氣學)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의 천기(天氣)가 사주(四柱)이나 땅과 바다 산 자연의 기운을 상징하는 지기(地氣)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인기(人氣)가 있다. 그래서 역학에는 사주학인 명리학(命理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땅과 바람 물의 기운을 읽는 풍수학(風水學), 방위나 방향의 기운을 읽어보는 기문둔갑(奇門遁甲)과 구성학(九星學), 국운(國運)과 인사(人事)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는 태을(太乙)과 육임(六壬)도 있다. 만약 철학(哲學)을 하시는 분 중에 사주학인 명리학만 하고 풍수학을 안했다면 음택(陰宅)과 양택(陽宅)을 논할 수가 없다. 또한 기문둔갑과 구성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방위와 방향에서 해답을 줄 수가 없다. 또한 태을과 육임학을 하지 않은 사람은 국운 자체를 논할 수가 없다. 물론 명리학 하나 가지고도 땅을 말하고 방위를 말하고 국운을 논할 수 있지만, 이는 병원으로 본다면 내과를 전공한 사람이 안과도 보고 비뇨기과도 보고 관절도 보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철학으로 이름을 제대로 알린 사람은 위의 학문 중 최소 두세 가지는 나름대로 공부가 되어있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해준다.

극단적인 단순논리로 설명을 하고 그 방책도 허무맹랑하게 제시한다면 학문의 깊이가 그만큼 약하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