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운(運)

2017년 11월 22일(수) 18:23

모든 문화권의 역사 기록을 보면 사람들이 운(運)이라는 개념을 나름의 종교의식과 전통을 통해 얻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3천200년경, 이집트 사람들은 신에게 복을 청하는 종교의식을 거행할 때 기도용 부적을 몸에 지니는 습관이 있었다. ‘샤’라고 부르는 작은 구슬들을 목걸이처럼 꿴 것인데, 샤라는 말은 운(運)이라는 뜻이다.

인도의 힌두교인들은 진언을 반복해서 외우거나 명상을 할 때 숨의 횟수를 세기 위해 108개의 구슬을 꿰어 염주로 사용했다. 이것을 산스크리스트어로 ‘말라스’라고 불렀는데 ‘장미’또는 ‘화환’이라는 의미이다.

불교 역시 염주를 사용하고 모든 기도와 절에 108이라는 숫자를 활용한다.

로마 카톨릭에도 이 비슷한 전통이 있는데 묵주 기도를 뜻하는 ‘로저리’라는 말은 ‘장미의 정원’을 뜻하는 라틴어 ‘로사리움’에서 온 말이다. 회교는 물론 아메리카 인디언, 그리고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도 염주나 묵주와 비슷한 것들을 사용했다.

옛 사람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운의 힘을 신격화해 섬기면서 복을 빌었다. 이집트 왕조 사람들은 베스신과 베셋신을 행운의 신으로 섬겼고, 그리스 사람들은 헤르메스를, 로마 사람들은 포튜나 여신을 섬겼다.

사전적인 의미로 운(運)을 살펴보면 ‘우연히 일어나는 것’, ‘사람의 삶에 좋게 혹은 나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힘’이라고 적혀 있다.

서양이나 동양의 종교, 현대적인 사람들 모두 운을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우연의 작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양학에서 보는 운의 개념은 어떨까.

일단 동양학에서는 천문학을 통해 만든 책력, 즉 만세력을 통해 자신이 타고난 우주의 음양오행기운을 살핀 후 다가올 4계절, 12절기로 인한 기운과 대조해 운의 충돌이나 합을 따져본다. 운이라는 것을 특별하게 미신으로 보거나 신비주의적인 개념이 아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운의 개념을 철저히 자연의 조화로서 본 것이다. 날씨를 알면 풍운의 조화를 피할 수 있듯이 운을 충분히 알고 대비하고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불운(不運)을 보완하고 대비하는 방법도 신비적인 부적이나 굿이 아닌 철저하게 기운을 보완하는 학문적 체계로써 접근한다.

그래서 동양학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사주팔자나 운 타령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타고난 사주와 다가올 운에 대해서 누구보다 학문적인 지식으로 적극적으로 맞서서 더 나은 삶은 추구한다.

그래서 바꿀 역(易)자를 쓰는 역학(易學)이라고 한다. 자신의 타고난 운(運)과 다가올 운(運)을 알고 바꾸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