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참여 & 동등한 기회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11월 22일(수) 19:18

어제 광주YMCA에서 열린, 국회의장 산하 법인인 한국여성의정 광주아카데미가 개최한 ‘남녀 동수 정치를 위한 헌법 조항(헌법 제15조) 신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원탁회의에 다녀왔다. 이번 원탁회의는 헌법 제15조에 ‘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 위한 개헌과 동수정치를 의제로 열렸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함께 시작된 남녀평등 차원의 정치참여운동은 2000년 여성할당제의 도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여성계에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고 30%할당 50%할당 등 다양한 압박을 해왔다.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안에 ‘남녀동수정치’를 명문화하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약속대로 새정부의 여성장관 등용폭이 대폭 늘어나면서 힘 입은 바 크다.

우리도 이제 프랑스처럼 남녀동수헌법을 만들고 남녀동반선출제 등을 도입하자는 제도개혁 내용이 거론된 것은 여성의 정치참여 50%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일본 정치권에서는 선출직 의원 선거 시 남녀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당인 일본유신회 의원들은 정치의 장에서도 남녀의 공동 참여가 중요하다며 남녀의 선거 후보자 수를 가능한 범위에서 균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정치나 경제활동에 있어서 남녀 동수는 인류는 하나가 아닌 남자와 여자 둘이라는 종의 이원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철학이다. 성적 차이는 차별의 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분배의 정당한 근거이므로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정치에 있어서 남녀동수 접근은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 만큼이나 여성들에게도 공동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에 대한 문제, 민주주의 구성에 대한 인권문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자기가 성별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들 만큼 여성들이 대의기관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필자는 ‘동수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담론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인간 종의 이원성에 근거한 ‘남녀동수’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꼭 실현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남녀동수 개헌에서 요구하는 50%는 할당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항상 여성이거나 남성이라는 사실을 반영한 천부인권을 의미한다고 본다. 인간에 대한 사유방식의 전환을 통해 정치공동체로의 주체로서 절반의 권리와 절반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남성의 과잉 대표성으로 야기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절실한 숙제다.

얼마전 서울여성단체연합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풀뿌리 정치참여를 주제로 서울여성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정부의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그래픽으로 본 서울여성의 삶 1898~2017’을 조명했는데 현재 서울 여성의 지위는 100점 만점에 정치 부문 18.7점, 직업 부문 68.8점, 교육 부문 94.4점으로 나타났다. 교육 부문이 가장 높고 정치 부문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광주도 비슷하다. 전국적으로 광역의회에 진출한 여성비율을 보면 14.3%(총의원수 789명 중 여성 113명) 기초의회에 진출한 여성비율 25.3%(총의원수 2,898명 중 여성 732명)이다. 공무원 중 5급 이상 여성비율은 전국평균 11.6% 각종 위원회의 여성 참여비율은 전국 평균 30.1%다. 민간부문의 관리직 근로자 여성비율은 10.5%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는 남녀동수 선거의 물꼬를 터야 하고 지금 국회에서 한창 논의 중인 헌법 개정안에도 남녀동수의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 남녀동수 정치의 원칙은 21세기에 들어와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비롯되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의 하나로 양성평등, 50:50 남녀동수 전략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남녀동수 민주주의’를 못 박으려면, 여성계의 보다 폭넓은 개헌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남녀동수 전략이 할당제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 가치로서 남녀노소 모두가 추구하고 실천하는 새로운 남녀동수 운동을 시작해야 그 효과가 커진다. 각 정당은 개헌 전이라도 지방선거 남녀동수 정치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여성 후보 전략공천 확대, 남녀동반경선제, 여성 후보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 선거인단 구성 시 성비·연령 고려 등을 미리 실시해야 한다. 각 정당은 선거 시기에 비례대표직이나 할당제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소극적 정치운동을 넘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정치 기획을 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는 일상적 정치운동 조직도 활성화해야 동수정치 실현이 가능해진다.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남녀동수의 평등·인권을 헌법에 보장하는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공평히 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헌법 안에서의 성평등은 여성적 가치가 아닌 보편적 가치로서 남녀노소 모두가 추구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

‘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헌법조문 아닌가.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