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도시 성패 달린 정주여건 개선 김종일 |
| 2017년 11월 23일(목) 1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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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시 빛가람동 인구는 지난 10월말 기준 2만7천801명으로 늘어났다. 나주시의 인구는 감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혁신도시 입주 이후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학교, 주민센터, 우체국,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과 병원, 약국, 은행 등의 편의시설도 확충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한 2017 지방브랜드경쟁력지수(KLBCI)에 의하면 나주시는 전국 75개 기초 시 중에서 17위에 올랐다. 혁신도시의 후광을 받아 2015년의 52위에 비해 무려 35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공공기관 입주 5년째를 맞이하면서 초기에 비해서 정주 여건이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자족적 생활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만족도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빛가람 혁신도시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8.9점에 불과했다. 충북 진천의 40.9점에 이어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정주 여건의 실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사실 빛가람혁신도시 뿐만이 아니라 전국 혁신도시 평균이 52.4점에 불과할 정도로 대체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만족도 조사내용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주거환경은 54.4점으로 가장 좋았으나, 여가활동은 41.2점으로 가장 낮았다. 교통환경은 45.6점, 편의시설 및 의료서비스, 교육환경은 각각 48.5점이었다. 정주 여건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는 편의시설 및 의료서비스, 여가활동이었고, 가장 시급히 확충돼야 할 시설은 종합병원, 대형유통시설,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등으로 조사됐다. 작년 6월부터 혁신도시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정주 여건에 대한 생각도 위의 조사와 거의 비슷하다.
혁신도시는 미래의 에너지, 문화, IT, 농생명 등의 산업을 이끌어갈 광주·전남의 성장동력이다. 유소년층 인구 비중이 높고 청년이 모여들어 인구감소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16개 공공기관 중에서 15개 기관이 이전하고, 1개 기관은 내년 하반기에 입주할 예정이니 공공기관 이전은 마무리 단계다. 남은 과제는 이들 기관과 연관이 있는 연구소, 기업 등이 뒤따라 입지하고, 그 효과가 광주·전남 전역으로 확산돼 주변 지역이 동반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중앙정부 정책으로 이전이 가능했지만, 민간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곳, 살기 좋은 곳이 아니면 유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주 여건의 불만족이 혁신도시 입주를 망설이게 하고, 이는 곧 인구유입의 정체, 교육·의료·편의시설의 입주 지연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주 여건 개선은 혁신도시의 성패가 달린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시내버스 노선 확대, 버스터미널 건립, 광역철도망 구축, 문화스포츠센터 건립, 악취 저감 등과 같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새정부의 국정과제인 혁신도시 시즌2와 연계해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 종합병원 및 대형유통시설 건립,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등 민간의 투자가 필요한 과제는 부지 확보, 금융·세제 인센티브 제공, 인력양성 및 지원 등의 투자환경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러한 정주 여건 개선과제들이 내년도에 수립하게 될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에 반영되고,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