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수신(修身)

2017년 11월 29일(수) 18:58

이제 90세를 넘긴 어르신이 손자들, 자녀들과 함께 내년 신수(身數)를 보러 왔다. 사주(四柱)가 팔양사주(八陽四柱)에 괴강과 양인이 있는 최고의 고집을 상징한다. 필자는 웃으면서 “어르신 고집이 쇠고집이시네요”라고 하니 “뭐요? 내가 무슨 고집이 있다고 그래요. 잘못 보시는구만”이라고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어린 손주가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 별명이 김일성이에요”라고 하자 자녀들과 손주들이 와∼하고 웃음바다가 됐다. 너무 고집이 쎄서 독불장군에 김일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곧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모두가 다 아는 성격을 자신은 잘 모르고 계셨다. 비단, 저 어르신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담해보면 대부분 자신의 타고난 성품의 장단점을 잘 모르고 상대방을 탓하거나 상대방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이해해서 다툼이 생기고 오해가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자신과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갈등과 반목의 현상이다.

인간은 아는 한에서만 알 뿐이다. 무엇을 잘 안다고 하면 떠드는 사람은 그것을 온전히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나 전문가는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다 인정해주고 알아주기 때문에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과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보다 더 말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나는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큰 문제다. 이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마음에 있는 속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방을 자신의 그릇대로 비난하고 단죄하면서 상처도 주고 이간질도 서슴지 않는다.

사람이 배우는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배운다는 것은 먼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기를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다. 인간은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지만 실상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모르는 것 중에 가장 잘 모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상대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알 수 있겠는가.

환경과 자연의 기운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더 나은 삶은 추구해온 것이 역학(易學)이다. 역학의 여러 분야 중 특히 사람을 성품과 격을 논하는 인사(人事) 분야인 명리학이 가장 많이 발달한 이유는 예부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수신(修身)한 다음 타인도 선입견 없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사주팔자라는 명리학(命理學)이 발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