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해법 연사문화마을서 찾다](6) 가나자와 전통문화 ‘400년 전 에도시대’ 전통환경보존 조례로 되살려 히가시차야가이, 전통공예 등 과거체험 45만 소도시, 문화·예술 학문 장려 활력

2017년 11월 29일(수) 19:03

가나자와 히가시차야가이에 보존된 옛 건물을 감상하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 모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이시키와 현 소재지에 위치한 가나자와는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를 담아놓은 도시다. 인구 46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지난 450년간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에 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고 그간 대규모 지진같은 자연재해도 없어 교토에 이어 일본의 전통 문화,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는 곳이다. 가나자와는 에도시대(1600-1867)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 마에다 도이시에가 1583년부터 이곳을 통치하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됐다. 마에다 가문은 가나자와를 다스리며 문화·예술·학문을 장려했고 주민들은 금박공예·다도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발전 유지시켰다. 4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전통문화는 가나자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켜 가나자와의 경제발전과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당시 일본 게이샤들이 사용했던 비녀와 미용도구를 모아둔 모습.

◇400년 전 모습 간직한 히가시차야가이

가나자와 도심에 위치한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는 동쪽 찻집거리라는 뜻으로 에도시대 당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과거에 성행했던 찻집·음식점·기념품가게 등을 그대로 보존해 현재도 60여곳이 장사를 하고 있다.

본래 가나자와 지역의 찻집은 도시 중심부에 흩어져 있었지만 1820년에 이 찻집들을 네 개 지구로 집결됐다. 이 중 히가시차야가이는 현재까지 남아있는 에도시대 찻집 거리 중 가장 크고 잘 보조된 거리이다.

찻집 외에도 옛 건물을 새로 단장해 음식점이나 토산품점으로 바꾼 점포도 있으며 관광객들은 히가시 찻집 거리와 인근 아사노가와 강을 걸으며 에도시대의 일본문화를 접하기에 충분하다.

일본 시대의 다도는 상류층만의 유흥문화로 찻집 또한 귀족들만이 찻집에서 술과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히가시차야가이에 남아있는 찻집 건물들은 서민들에게 금지된 2층 축조를 허락했고 1층 바깥쪽에는 기무스코(木蟲籠)라는 격자무늬 장식을 넣을 수도 있었는데 오늘날 히가시차야가이 건물 곳곳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히가시차야가이의 찻집 중 시마(志摩)라는 건물은 대표 찻집으로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1820년 히가시차야가이가 세워지면서 동시에 지어진 건물로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2층 객실, 반침이 없는 구조, 안뜰 등으로 이뤄졌다. 찻집과 함께 에도시대의 유흥장으로서 당시 일본인들은 안뜰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게이샤들의 공연을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박공예나 가가유젠(직물염색) 체험이나 감상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상품 중 하나다. 본래 금 공예는 대도시인 도쿄와 교토지역서만 금박 제조가 가능했는데 가나자와는 에도시대부터 몰래 금박을 제조해왔다. 그러다가 1864년 금박 제조 금지령이 풀리면서 몰래 금박을 만들던 이들의 솜씨는 당연히 다른 도시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고 가나자와 금박공예품은 특산품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 현재 가나자와 금박은 일본에서 99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제조한 금박은 신사나 절 등의 건축물, 불상, 불단, 불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박 아이스크림·화장품·악세사리 등을 개발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나자와의 화과자는 일본 3대 화과자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상인들은 직접 행사를 열어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전통환경보존조례 도움으로 성장

일본의 근대화를 맞은 메이지시대에(1868년) 들어 가나자와는 한차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에도시대에는 마에다가 통치 아래 농업과 상업이 발달해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산업발전을 하지 못해 도쿄·오사카·나고야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일본의 한 소도시로 머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가나자와시는 전통환경을 보존해 활용하는 방안을 1960년대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다른 대도시들이 산업도시로 나가고 있다보니 이를 따라잡기에는 늦었고 새로운 전통도시를 통해 다른 방향의 도시 건설을 꿈꾸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피해를 모면하고 별다른 재해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근대적 건축물을 보존해 역사거리를 만들어 가자는 생각을 수십 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다. 이에 가나자와시는 1968년 일본 최초로 ‘전통환경 보존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전통도시를 보완할만한 히가시차야가이를 보존하기 위한 ‘전통 건물 보존지구 조례’, 가나자와 전통공예를 지원하기 위한 ‘공예공방조례’ 등 수십개의 관련 조례를 잇따라 제정했다.

일본의 다도는 상류층들이 즐기던 문화로 가나자와 히가차야가이에는 찻집과 함께 이를 보전해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조례의 도움을 받아 가나자와에는 역사를 간직한 노포들도 많다. 다도가 발달한 가나자와는 차와 함께 먹을 과자도 자연스럽게 발달해 교토, 마쓰에와 함께 일본 3대 과자 생산지로 꼽히고 있다. 가나자와 시내 곳곳에 화과자와 디저트 가게 등 점포가 포진해 있으며 관광객들을 위해 가나자와역과 시내 주요 백화점 지하매장에 대표적인 화과자 가게들이 집결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노포들은 매년마다 모여 서로간의 솜씨를 뽐내는 장도 열린다. 실제로 지난달 14-15일 가나자와 공원에서 열린 ‘이시카와 스위트 페스티벌’에서는 1600년대에 창업해 대대로 화과자를 만들어 온 상점을 비롯해 총 20여개의 디저트 가게들이 자신들이 만든 과자를 선보이면서 이곳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참가 가게들은 가나자와만의 화과자를 알리고 참여자들은 이를 맛보거나 화과자 요리 체험 등을 하며 가나자와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화과자 제작의 경우 참가비로 500엔을 내면 장인들의 지시에 따라 하나씩 재료를 만져보고 고물을 하나씩 묻혀 화과자를 만들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화과자이다보니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보다는 장인들과 함께 화과자를 만들면서 가나자와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고 참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일본 오사카=이호행기자 lawlhh@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