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가 죽어가는 사회 이윤배 |
| 2017년 12월 03일(일) 18:32 |
|
그런데 이 같은 정의도 힘이 뒷받침 돼야만 실현될 수 있다. 힘이 받쳐 주지 않는 정의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세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지금, 정의가 무엇이고, 불의(不義)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정의는 죽었다’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의로 생각했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불의로 오도(誤導)되기도 하고, 불의가 어느 날 갑자기 정의란 가면을 쓴 채 주인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의의 탈을 쓰고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고, 권력 대신 돈을 탐하기도 한다. 돈이라도 있어야 남 앞에서 행세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의 발로 때문이다.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저 마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그들만의 사리사욕과 부귀영화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일 뿐, 국민들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특히 연일 매스컴에 회자되고 있는 과거 정권에서의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끝없는 월권행위는 그 도가 상상을 초월해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마저 자신이 핍박받고 있는 ‘민주 투사’ 쯤으로 착각하는 듯, 변호사 선임마저 거부한 채, 잘못을 모른 채 줄기차게 결백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고나면 믿기지 않는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어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 제1 야당 또한 대통령 탄핵은 물론 집권 시절, 국정원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는커녕, 자중지란(自中之亂) 속에, 적폐 청산을 신(新)적폐,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는 등, 집권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들은 벌써 망각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 비난을 위한 비난만 일삼고 있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고 했던가.
과거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 때문에 곪고 병든 곳은 하루 빨리 도려내고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아프고 힘들다고 치료를 멈추거나 대충한다면 다시 곪아, 나중에는 더 큰 고통과 아픔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늘 이를 애써 모른 채 방기(放棄)해 왔다.
일제 잔재의 미 청산이 그렇고, 아직도 진행형인 5·18 민주화 운동 진실 규명 또한 그렇다. 그리고 세월호 7시간 역시 밝혀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정답은 물론 무엇이 정의인지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들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억지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의와 불의조차도 구별 못하는 무뇌(無腦) 집단들이 ‘의리와 충성’이란 완장을 차고 활개를 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누구도 버릴 수 없는 바로 ’양심(良心)’이다. 누군가를 속이고 기만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양심은 결코 속일 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가진 자든, 갖지 못한 자든 관계없이 양심에 따라 ‘정의’를 논해 보면 어떨까. 정의가 제 역할을 할 때만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의가 호도되고, 불의가 정의의 탈을 쓰고 판을 친다면, 우리에게는 암울한 미래만 있을 뿐,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