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한옥에 문화예술이 스며들다 최근 동구 장동에 문 연 복합문화공간 ‘예술공간 집’ 문희영 대표 사재 털어 옛집 개조 카페·갤러리·아트클래스 등 활용 개관 기념전 ‘다시 호흡하는 시간’ “세월 담긴 작품 위주 선보이고파”

2017년 12월 07일(목) 20:03

광주 동구 장동에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인 ‘예술공간 집’이 최근 개관했다. 사진은 ‘예술공간 집’ 내부 전경.

‘집’은 평범하면서도 가장 내밀한 공간이다. 한 가정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공간이면서, 매일 누구에게나 단순한 일상이 벌어지는 무대다. 최근 광주에는 ‘예술을 품은’ 집이 문을 열었다. 광주 동구 장동에 개관한 ‘예술공간 집’(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이다.

지난 6일 오후 ‘예술공간 집’을 찾았다. 전남여고 뒤편 유료공영주차장을 지나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돌로 만들어진 세련된 간판과 입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술공간 집’ 입구.

옛집의 대문이었을 좁다란 나무문을 지나자, 바깥과 집 안 사이를 통유리로 연결한 한옥이 나온다. 옛 한옥의 마당 공간이었던 이곳에 서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한옥 한켠에는 커피를 파는 작은 공간도 있다.

이곳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여년간 일했던 문희영(43)씨가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살았던 공간이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이 한옥에서 살며 미술가로서의 꿈을 키웠던 문씨는 이제 ‘예술공간 집’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함께 새 출발을 한다.

지난여름 이 곳에서 살던 세입자가 다른 공간으로 이사를 가자 문씨는 사재를 털어 이 공간을 개조했다.

총 4개의 방으로 사용됐던 공간은 모두 하얀 벽이 있는 전시장이 됐고, 한옥의 상징인 서까래와 나무기둥, 창틀 등은 예전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은 이제 커피와 차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선 오는 31일까지 개관 기념전 ‘다시 호흡하는 시간’이 열린다.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첫 전시인 만큼 전시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집’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집’, ‘숲’, ‘꿈’이란 한글 문자로,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정승운 작가의 작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집안의 먼지를 물감에 개어 작업한 공성훈 작가의 작품부터, 엄마로 살아가며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모아낸 테이프·빨랫감 등 집 안의 일상을 담은 임현채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빈 집의 풍경을 사진에 담은 조현택 작가의 ‘빈 집’, 조윤성 작가의 ‘씨앗으로부터’도 전시된다.

‘예술공간 집’이 위치한 광주 동구의 지역적 개념이 담긴 작품도 있다. 정선휘·박일구 작가의 작품이다.

현재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정선휘 작가가 17년 전 그린 회화 작품이 전시장에 내걸려 있다. 푸른 새벽녘 지산동과 농장다리 인근 마을을 그린 작품으로, 지금은 사라진 철길 건널목 등이 그림에 담겨 있다.

박일구 작가는 정선휘 작가가 그린, 지금은 사라져 없는 공간을 1991-1992년 사진으로 찍은 ‘동명동 철길집’을 사진에 담았다.

문씨는 이 공간을 전시 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아트클래스를 열 예정이다.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는 강의부터, 직장인을 위한 아트런치, 전시 작품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또 날씨가 풀리면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며 바닥에 그림을 그리도록 할 예정이다.

문씨는 “잘 알려진 작품 보다는 창고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딘 작품들을 우리 전시장으로 꺼내 선보이는 전시를 하고 싶다”며 “좋은 전시는 물론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들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문의 062-233-3342)/글·사진=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