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적산가옥’ 역사자산으로 활용하자

2017년 12월 10일(일) 19:13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이 땅에 남기고 간 ‘적산가옥’을 지역 자산으로 보존해 역사문화관광 활성화에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적산가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단면으로 잊거나 지워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되돌아보며 되새기자는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 교훈여행’이라 불리는 ‘다크 투어리즘’은 일제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수감했던 서대문형무소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수감됐던 광주 상무대 영창, 세월호가 있는 목포 신항 등을 찾아보며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이뤄진다.

문화재청은 1876년 개항 이후 건립되고 50년 이상 지난 근현대의 것을 등록문화재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개인이 소유한 건물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도심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광주 동구 금남로 YMCA 바로 옆에 있었던 2층짜리 일본식 목조 건물이 대표적이 예이다. 이 건물은 일본 무사의 투구를 연상케 하는 맞배지붕과 경사가 급하고 지붕면에 굴곡이 날렵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인 건설회사 삼평조(森平組)의 소유로 가정집과 사택으로 사용되다가 해방이후 김용덕씨 소유 가옥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에 철거되었다.

현재 광주·전남 곳곳에는 아직도 상당수의 ‘적산가옥’이 남아 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거나 역사문화 자원으로 재조명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호남 근대화 1번지 목포는 1900년에 지어진 옛 일본 영사관을 비롯해 조선인들이 성금을 모아 지은 목포청년회관, 고아들의 안식처가 된 공생원 등 일제가 남긴 근대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다. 목포시는 근대건축물 보전을 위해 ‘근대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1930년대 전라선이 개통하면서 교통 요충지로 자리 잡았던 순천시는 대표적 근대문화 유산인 철도관사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역의 근대 건축물 가운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은 아픔이 깃들어 있더라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문화재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대 건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역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