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민심에 역주행해선 안돼

2017년 12월 11일(월) 19:01

불과 며칠전 더불어민주당과 예산 협치로 지역민의 박수를 받았던 국민의당이 연거푸 터지는 돌발사태로 걱정과 한숨을 낳고 있다.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DJ비자금 허위제보 의혹으로 호남민심을 들끓게 하더니, 지난 주말 극한 당내갈등 표출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안 대표의 호남 방문 이틀째인 지난 10일, 애초 텃밭 민심을 수습하고 당내혼란을 정비하겠다는 지도부의 구상과는 달리 국민의당 내부는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마라톤대회 개막 행사에 참석 중이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안철수 지지모임 소속 60대 여성에게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또 일부 군중은 안철수 대표를 향해 “간신배 같은 사람, 안철수는 물러나라”는 등 서로를 겨냥한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의당을 잉태시킨 호남에서 벌어진 이같은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는 지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특히 분란의 핵심 원인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추진이란 점에서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안 대표가 정국 안정을 주도하는 제3당 역할론을 제기하며 정치개혁을 주창할 때 호남인들은 크게 호응했다. 그러나 대선패배 후 외연확장에만 골몰한 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조바심을 내는 모습은 호남인의 기대치와는 사뭇 괴리가 있다.

국민의당이 지지율이 바닥권에 머물러 있는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힘을 결집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민심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국정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급선무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책과 정치개혁을 추진하면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어려운 일일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정도를 밟아가야 한다. 국민의당은 39석이라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외연확장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세력확장에 앞서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고 참신한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이야말로 호남도 살고 국민의당도 살 수 있는 길이다.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에 역주행해선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