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부터 아마추어까지 ‘우리가 주인’ ‘시민자유대학 미술제’…내일부터 21일까지 남구 서동 소암미술관 ‘아름다운 시민, 미로를 거닐다’ 주제 초등학생부터 50대 33명 37개 작품 워크숍 결과 전시…기증 작품 경매도 “지속·발전 가능한 행사로 육성 계획”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12월 13일(수) 18:15

시민자유대학이 15-21일 광주 소암미술관에서 첫 미술제를 연다. 사진은 지난달 진행된 시민자유대학 워크숍 모습.

‘미술’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라는 두 갈래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은 공부를 해야만 향유할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전시에서 어떤 작품을 봐도 자신만의 눈으로 작품을 해석한다거나 나름의 표현을 자유롭게 내뱉지 못한다. 종종 ‘소질이 없다’는 말 뒤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왼쪽부터 최행준 전남대 교수, 최송아 시민자유대학 사무국장, 김태준 운영지원 담당.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뭉쳐 ‘누구나 미술을 할 수 있다’고 알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시민자유대학이 15일부터 21일까지 광주 남구 서동 소암미술관에서 여는 ‘시민자유대학 미술제’가 바로 그것. ‘아름다운 시민, 미로(美路)를 거닐다’를 주제로 하는 이 행사는 시민이 직접 기획부터 창작, 비평 등을 하는 미술제로, 올해 시민자유대학의 첫 시도로 마련된다.

미술제 기획은 최행준 전남대 교수, 박구용 시민자유대학 이사장(전남대 교수), 최송아 시민자유대학 사무국장, 김태준 운영지원 담당 등이 맡았다.

미술제를 기획한 최행준 전남대 교수는 ‘평단이 없는’ 광주미술계의 한계를 체감하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적인 미술행사를 열자는 제안을 했다. 즉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미술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13일 만난 최 교수는 “광주미술계는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분리돼 있고, 미술비평 또한 전시에 필요한 글을 제공하는 ‘주례사식 비평’에 머무르고 있다”며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쓴 소리도 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작가와 비평가가 발전하는 등 미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윤이진 作 ‘사춘기-비애와 희망’

미술제를 열기에 앞서 시민자유대학은 지난 9월부터 기획을 시작해, 지난달 3일 1차 워크숍을 열고 본격적인 시작을 했다. 초보부터 미술 교사, 전업 작가 등이 참여했고, 이 중에는 10명의 미술 전문가(교수·미술 교사·전업 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김용근 동강대 교수, 서기문·조성숙·최행준 전남대 교수가 중심이 돼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선 작품 아이디어를 내는 것부터 마블링, 습지 채색 등 제작 기법까지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작품을 완성시켰다.

참가자들은 세 차례 워크숍의 결과물을 미술제에서 전시한다. 전업 작가들은 기존에 제작하고 있던 작품을 출품했다. 33명 작가가 참여해 3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장르는 회화, 사진 등으로 다양하다.

참가자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다. 윤이진(11·살레시오초 5)양은 붉은 바탕에 꽃을 물고 있는 해골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완성하고 ‘사춘기-비애와 희망’이라 이름 붙였다.

스스로를 ‘예술 문외한’이라 일컬었던 이기형(살레시오중 영어교사)씨는 섬에서 자랐던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기다림, 그리움’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배가 들어오면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를 기다리던 그때의 하늘 모습을 마블링 기법으로 표현했다.

김동하 作 ‘블루아워 광주’

건축가인 김동하 광주대 교수는 워크숍과 미술제를 통해 생애 첫 시도를 한다. 늘상 ‘펜화’만 그렸던 김 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색채미술에 도전하고 ‘블루아워 광주’란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제에선 전시, 비평은 물론이고 경매도 이뤄진다. 송유미 작가가 기증한 작품 ‘잃어버린 시간Ⅱ’을 놓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비평과 담론을 나누고, 이름과 금액을 적어 내면 최고 가격을 매긴 사람에게 그림을 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미술시장에서 진행되는 방식을 탈피해 시민이 직접 작품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술제 개막식은 15일 오후 6시30분 열린다. 이 자리에선 2시간여 동안 공연, 작품 감상, 즉석 비평과 경매가 진행된다.

최송아 사무국장은 “첫 미술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향후 지속·발전 가능한 행사로 키워갈 계획”이라며 “미술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자유대학은 지난해 3월 개관해 철학·문학·음악·건축·미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개설해 학문과 예술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민립대학이다. 학기당 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문의 062-961-1110)/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