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유연성 안수경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2017년 12월 13일(수) 18:30

얼마 전 오래된 영화 칭기즈칸을 다시 보게 됐다. 어렸을 적 ‘징 징 칭기즈칸~ ’ 노래를 즐겨부르며 춤추던 칭기즈칸, 흥겨운 노래의 분위기와 달리 그는 살육을 밥 먹듯이 하며 부족통합과 확장을 목표로 동유럽인까지 떨게 만든 인물이다. 칸은 서아시아 원정 중, 세기의 지략가인 구처기를 불러 지략과 불로장생의 비밀을 얻고자 했다. 천하의 칸에게 세상에 불로장생약은 없고 양생법은 있다라고 단언하는 구처기의 용감함에 칸은 오히려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구처기는 양생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계곡의 흐르는 물을 보십시오. 물은 돌에 부딪히며 굽이굽이 흐르지만 서로 다투지 않습니다. 그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어루만지며 이동합니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무고한 양민의 살생을 멈추어야 합니다”

칸은 구처기와의 대화를 즐겼으며 점차 마음을 움직여 살육 금지령까지 내리게 된다. 구처기는 칸의 잔혹한 살육을 멈추게 했다하여 ‘일언지살(一言止殺)’로 더욱 존경받게 된다. 20여년이 넘도록 더 강해지는 칸의 정복욕을 바꾸게 한 것은 더 강력한 힘이 아니라 바로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구처기의 유연함이었다.

협력하는 학교문화로 개선해가는 혁신학교에서는 회의가 빈번한 편이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주가 되고 수업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업무처리 때문에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꾸리도록 역량을 키울 수 있으므로 교사는 수업연구에만 매진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업무상 관행을 없애고자 새로운 업무경감 방법에 대해 자주 논의한다.

학교 뿐 아니라 모든 직장에서도 마음의 유연성을 가지고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더 넓은 각도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논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진정한 협의가 아니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밝히고 서로 윈윈(win-win)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바람직한 협의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내 주관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력이 쌓일수록 교육에 대한 주관이 단단해져서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기가 더 힘들 수도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생각의 유연성이다. 때에 따라 생각의 유연성은 심리적 상태의 초기화를 필요로 한다. 심리적 상태가 초기화되면 다양한 과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생각의 유연성은 연습으로 충분히 길러질 수 있다. 타인과 협력하면서 사고의 전환을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 에너지의 양은 연습을 통해 줄여진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책과 강연을 통해 타인의 다양한 견해를 접하는 것이다. 둘째, 사고의 경직성을 풀고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혀서 불필요한 힘을 빼도록 노력해보자. 셋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평소 만나는 지인들과의 끼리끼리 대화는 생각의 유연성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을 가지되 딱딱하게 굳어져 녹슬지 않도록 생각에 유연함을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