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은 안전문화 정착에서! 이병훈 |
| 2017년 12월 14일(목) 1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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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외국의 각종 자료에서 입증된다. 세계적인 여행 편리제공 앱 ‘스카이스캐너’가 밝힌 ‘세계에서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나라‘ 순위에서 한국은 2015년까지 1위를 고수했으나, 이듬해 61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 최대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의 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 세계 범죄 및 안전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범죄 안전도는 83.10점으로, 집계 대상인 120개국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금년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인식되었던 것은 총기와 테러가 없는 나라로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심화된 지진 등 각종 사고, 범죄, 보이스 피싱 등으로 인해 한국은 결코 안전하지 않은 나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원전, 지진 등 대형 재난에 대한 대비에 있어서도 ‘안전시스템’의 강화만으로는 불완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의 퇴치’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하고 있으나, 대체에너지 생활화, 에너지절약문화 등이 일상생활로 정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안전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을 국가브랜드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실천과 안전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안전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문화는 ‘동시대 사람들의 일반화된 생활방식’으로 정의된다. ‘안전의 문화화’는 단기적인 위험성의 제거가 아니라 긴 호흡을 두고 실천하는 궁극적인 위험요소의 제거, 본능적인 ‘탈위험’과 관련되어 있다. 위험이 내재된 모든 상황에 대해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기방어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 위주의 건축문화가 가장 효과적인 지진대비 방식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일본에는 ‘내진설계’, ‘제진설계’, ‘면진설계’와 같은 지진 관련 건축설계용어들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각 단계별 설계의 방식에 따라 건축비 차이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건축예산을 놓고 실행 가능성여부를 따져 건축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 중에 ‘생활안전기술’이 있는데, ICT융합기술에 기반을 둔 재난재해 대응 및 안정보장 기술을 말한다. 이는 각종 재난으로부터의 조기경보 체계뿐만 아니라, 테러·전염병 등에 대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진보된 기술을 의미한다.
실제로 EU는 기후변화 대응 및 조기경보를 위한 프로젝트 ‘어번 플러드(Urban Flood)’를, 미국 태평양재해센터는 자연재해 사전대응을 위해 ‘디재스터 어웨어(Disater Aware)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국토안보부는 바이오테러, 전염병 등을 미리 감지·경고하는 범국가적 바이오관측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각종 재난재해의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모바일 기반 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제하에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안전행정부가 천재지변을 알려주는 문자발송이 이에 해당된다.
이처럼 재난경감, 재난예비, 재난대응 및 구조, 재난복구 및 재건 분야에서 ICT 신기술의 체계적인 활용이 강화되고 있고, 안전과 관련된 기술의 경제화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발달된 ICT 체계를 갖추고 있어 보다 발 빠른 준비를 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즉 안전에 대한 국가브랜드화가 그만큼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국가브랜드가 가능하도록 우리 모두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의 문화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