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봉추(鳳雛)

2017년 12월 20일(수) 18:37

필자는 인사(人事)문제에 있어서 상(相)을 같이 보기 때문에 오지 않은 사람도 종종 사진을 볼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생긴 외모를 굉장히 선호하고 겉으로 보이는 면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생긴 외모에 남녀 모두 쉽게 마음이 열리며 후덕한 인상만 믿고 사기도 잘 당하며 인재를 등용할 때도 겉으로 드러난 외모에 후한 점수를 많이 줬다. 허나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바닷물은 그릇으로 잴 수 없다. 용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했다간 진실을 못 볼 수 있으며 인재도 놓치게 된다.

삼국지에서 최고급 두뇌로서 제갈공명과 방통이 있다. 제갈공명이 와룡(臥龍), 용이라면 방통은 봉추(鳳雛), 봉황새로 비유될 만큼 쌍벽을 이루었다. 방통은 제갈공명에 비유될 만큼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추한 외모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삼국지에서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명군(明君)으로 불렸던 손권은 주유가 죽은 후 주변의 추천으로 방추를 봤으나 저렇게 생긴 사람이 무슨 큰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그를 강남으로 보내버렸다. 방추는 다시 널리 인재를 등용한다는 유비에게도 갔지만 방통의 외모가 흉한 것을 보고 작은 마을의 현령으로 보내버렸다.

세상을 바로잡을 재질을 갖고 있는 방통은 단지 생김새가 준수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치이는 신세가 됐던 것이다. 현령으로 부임한 방통은 공무는 뒷전이고 백일동안 내내 술만 마셨다. 그러나 백일동안 미뤄둔 공무를 단 하루 만에 정확하게 처리하는 방통의 능력을 지켜본 장비는 유비에게 방통이 작은 고을의 현령이나 하고 있을 재목이 아니라고 다시 적극 추천한다. 때마침 지방순시에서 돌아온 제갈량이 그간의 사정을 듣고 유비에게 말했다. “하늘같이 큰새를 그렇게 좁은 조롱에 넣어두면 갑갑해서 죽습니다”라고 하니 그제서야 유비는 방통을 부군사로 등용했다는 일화가 있다.

사실 방통은 눈이 튀어나왔으나 눈빛이 번들거리지 않고, 코가 훤히 보이는 들창고지만 콧대와 준두가 살아있고 말할 때 입술이 들려 이빨이 보이지만 평상시 때는 단정하게 입을 다물고 있으며 귀가 뒤집힌 듯 귓가보다 가운데가 튀어나왔으나 밑에 있는 귓방울에 살점이 있다. 얼굴의 모든 부위가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아주 추해보이지만 상학적으로 보면 위로는 천문(天文)아래로는 지리(地理)에 통달할 수 있는 오로(五露)의 관상으로 기록돼 있다.

사람을 알아보는 중요한 잣대가 외모라지만 오히려 두 눈을 가려버리는 연막이 될 수 있음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