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7년 12월 27일(수)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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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을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이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노릇 버거웠지? 큰애야, 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일찍 어미곁을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12월 엄마가.’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유서가 또 있을까. 어머니의 한없는 자식사랑, 희생적인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불어 부모를 잘 봉양한 자식들의 효심과 형제애도 느껴진다. 우리가 가족을 이루고 사는 이유일 것이다.
필자가 이 유서를 읽은 12월 26일은, 문재인대통령이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이 실패라 규정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주문한 날이다.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걸까. 위 유서를 쓴 어머니처럼 지금 21세기 대한민국 여성들도 훌륭한 모성을 가지고 있고, 여건만 되면 자식을 많이 낳고 싶은 본능이 분명 있는데, 왜 아이 낳는 것이 두려울까.
문재인대통령은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출산장려를 넘어 여성의 삶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결혼·출산·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는 게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저출산대책이 나올 것 같다. 지금까지 결혼이나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확인됐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의 한계를 과감히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올해 출생자 수가 36만명 정도 밖에 안된다. 50만명대에서 4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드디어 올해에는 30만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1.06으로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가 지속하고 있다. 2005년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출산 기본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켜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했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을 합쳐보면 무려 200조원이나 된다. 이대로 가면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31년이면 대한민국 총인구가 줄게 된다. 문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2750년에는 한국인이 소멸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자, 이제는 기존의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골든타임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양성 평등 가치관의 부족과 가사분담을 제약하는 근로여건, 결혼·양육비용 등의 경제적 문화적 요인 등을 지목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 여성이 살고자 하는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무조건 애를 낳으라는 발상은 착오다. 한국여성은 지금 일하고 싶은데, 고용형태 역시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41%)이고 여성 임원 비율은 2.4%로 OECD 29개국중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수치는 20.5%다. 더군다나 출산·육아지원제도를 사용하려는 사람을 개인 이기주의로 취급하고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의 문화가 곳곳에 존재한다.
우리 사회·기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잘못된 인식,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성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지 않고는 200조원 아니라 400조원을 쏟아 부어도 한국인구는 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는 배려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육비용을 대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대책을 재설계하고 그 설계를 여성들이 행복하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위 유서를 쓴 엄마처럼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은 고맙고 가슴 저미는 일이다.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부족함을 느끼며 운다. 우리 사회·기업·직장에서 육아를 이유로 휴가를 낼 때 윗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문화가 존재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아도 현장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기업의 책임자들이 내 딸과 며느리를 보는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여성의 독박육아를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 생존에 내몰린 여성들은 애낳는 것 먼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다시, 위의 유서를 다시 읽어보며, 부모·자식간의 천륜을 되새긴다. 누가, 무엇이, 이런 천륜을 가로막는가.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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