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역사다 김희준 |
| 2018년 01월 11일(목) 1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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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검찰에 근무할 때 검사를 소재로 한 영화 ‘공공의적2’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검사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학비리재단 비리와 관련되어 있는 고위 정치인과 재단관련자들을 엄단하는 내용이다. 대검찰청에서 처음으로 출연배우들까지 참여하는 시사회를 하였고 전국의 검찰청에서 단체관람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흥행 면에서도 속편은 전편보다 흥행에 실패한다는 영화계의 속설을 깨고 전편을 능가하였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 80% 이상이 검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하였고, 사법연수생들 중 검사지망생이 크게 늘어났다. 그야말로 영화의 사회적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사실 영화의 이러한 효과는 다른 사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한 ‘실미도’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북파공작원에 대한 실체가 알려졌다. 이 영화 이후 북파공작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고 보상책이 논의되는 등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다. 필자와 함께 근무한 무술수사요원들 중에도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이 영화 이후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보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얼마 전 개봉한 ‘택시운전사’란 영화를 통해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이 알려졌다. 이 영화를 본 우리세대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필자에게 정말 그 당시 발포가 되고 사람이 죽고 그랬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고, 우리 현대 역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고 하면 거의 믿지 않았다. 그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나 신세대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하기도 하였다.
지금 개봉중인 ‘1987’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1987년 당시의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을 회상하고 새삼 느끼고 다시 배우게 된다. 신세대들은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되고, 지금은 개헌논의가 되고 있지만 현재 우리의 헌법은 당시의 치열한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987년 헌법을 통해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었고 기본권 조항들이 강화되었으며, 우리의 법체계는 그 헌법을 토대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의 80년대는 우울하였다. 필자는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거의 날마다 대학교에서는 시위가 벌어졌고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였다. 소위 ‘지랄탄’이라 불리던 다연발 최루탄이 발사되었고 심지어는 강의 중인 강의실이나 대학교 도서관에까지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최루탄 가스가 날라들기도 하였다. 정상적인 수업은 어려웠고 시위에 참여하고 구경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운동권이든 아니든 종속이론, 신제국주의론, 해방신학 등을 소재로 한 이념서적을 기본적으로 몇권은 읽었고 캠퍼스에서 이를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아무리 말로 설명한다고 한들 모르는 사람들을 실감나게 이해시키기는 힘들다. 특히 취업걱정에 날마다 시달리는 신세대들은 그 당시의 상황이 상상이 잘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영상으로 단번에 관객들을 사로잡고 감정이입시킨다. 그래서 좋은 영화는 참 유용하다.
영화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사람들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역사를 알고 배우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최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소재한 영화가 연속 상영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당시 역사를 되새기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는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