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같은 사건 다른 잣대’ 적용 술 취해 지인 차로 치어 숨진 게 한 60대 ‘살인 의도’ 논란 순천=정태화 기자

2018년 01월 24일(수) 19:55

술에 취해 지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60대에 대해 검찰이 경찰에 제시한 의견과 다른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술을 마신 뒤 지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음주운전)로 A(64)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3시40분께 여수시의 공원 주차장에서 B(62)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A씨는 공원 인근 술집에서 B씨와 술을 마시고 나와 공원 주차장에서 B씨의 차로 노상에 쓰러진 B씨를 두 차례 밟고 지나가 숨지게 했다.

사건을 접수한 여수경찰서 강력팀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조사를 벌였으나 살인의 의도가 없다며 교통과로 사건을 넘겼다.

경찰은 국과수에 현장 검증을 의뢰하고 B씨를 부검한 결과 사고사로 보고 A씨를 특가법상 도주(뺑소니)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얼굴에 상처가 있고 자신의 차가 아닌 피해자의 차로 두 번이나 치인 점으로 미뤄 살인의 의도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사고 현장 검증과 주변 CCTV영상,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의 차를 운전할 이유가 없는데도 굳이 그 차로 피해자를 두 번이나 밟고 지나간 점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살인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우발적인 살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술집에서도 A씨와 B씨가 다퉜다거나 싸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A씨가 B씨를 차로 친 이후에도 1시간가량 차에 있는 등 도주 의사가 없는 점으로 미뤄 살인의 의도가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B씨를 차로 친 것은 인정했으나 살인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정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