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과

2018년 01월 29일(월) 18:53

‘4차 산업 혁명’은 일천한 태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보편적인 용어가 됐다. 이 같은 4차 산업 혁명이란 용어는 독일이 2011년부터 정부와 민간기업체, 대학이 모여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란 슬로건 하에 제조업 혁신 활동을 벌여 온 데서 유래됐다. 이 개념이 이후 전 세계의 이목과 특별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 혁명의 이해’를 주요 의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분석 결과 및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까지 세 차례 정도의 혁신적인 산업 구조 변화가 있었다. 4차 산업 혁명은 그 뒤를 이어 네 번째로 등장한, 혁신적인 산업 구조의 변화란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1차 산업 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산업의 변화를, 2차 산업 혁명은 전기의 공급과 함께 대량 생산 체제로의 변화를 각각 의미한다. 그리고 3차 산업 혁명은 컴퓨터 및 인터넷 기반의 자동 생산 및 정보 혁명을 뜻한다.

그러나 “4차 산업은 과연 인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신산업 동력인가?”란 물음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금세기 일자리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외부환경변화를 들면, ‘4차 산업 혁명의 도래,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세계 고용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및 신흥 시장 15개국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1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500여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칼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논문에서, 미국은 향후 20년 내에 직업의 47%를 컴퓨터나 로봇에게 빼앗길 위험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약 20억개의 일자리가 로봇 및 컴퓨터 알고리즘 때문에 사라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는 과거의 산업 혁명에 비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노동 시장 역시 혁명적으로 변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사회 구조적으로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켜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 권력 구조와 함께 회사 간의 경쟁구조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1차 산업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실업의 원인이 기계에 있다고 보고 기계 파괴 운동, 즉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새로운 기계의 발명과 신기술의 개발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빼앗고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전화 교환수, 버스 안내원, 타자수 등과 같은 직업이 기술발전과 함께 사라졌고, 주판을 쓰는 직업 또한 컴퓨터 등장과 함께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대신 컴퓨터 덕분에 IT, 반도체, 게임 등 수많은 고부가 가치 산업이 탄생했다. 이런 전례(前例)로, 인공지능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고부가 가치 산업, 고급 일자리들은 계속 늘어나 기존의 사라진 일자리들을 채워 갈 것이다. 결국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 혁명의 도래를 무조건 두려워하고 일자리를 잃을까봐 불안해 할 일만은 아니다. 나날이 똑똑해지는 로봇, 인공지능 등 지능화 기계(컴퓨터) 등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이에 걸맞은 노동력을 대비시키고 새로운 교육 모델을 차분히 개발해 나가면서 4차 산업 혁명을 맞으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