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4차산업혁명 시대로 성공적 이행 위한 정책제언 양대정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

2018년 02월 21일(수) 19:29

4차산업혁명이란 무얼까. 참 생뚱맞은 질문이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마디씩은 할 줄 알만큼 매일 접하고 있는 핵심 화두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본업이 경제조사인지라 4차산업혁명이 우리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산업혁명이 희뿌연 안개 너머로 보이는 孤島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는 필자의 부족함에 주로 연유하겠으나, 동 논의가 학계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지역 산업생태계의 현실과 괴리감이 존재하는 데에도 일부 기인한다고 본다. 물론 지금까지의 4차산업혁명 관련 논의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닐 뿐더러 이같은 논의가 지역경제에 새로운 바람이 되고 있다고 본다. 다만 4차산업혁명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여 이끌어 나갈 장본인인 기업과의 연계가 다소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생각난다.

광주·전남연구원 오병기 박사와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정문기 조사역이 작성한 ‘광주·전남지역의 4차산업혁명 대응실태 및 대응역량 평가’를 보면 이같은 현실을 보다 직시할 수 있다. 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기업의 거의 과반수가 4차산업혁명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이 진전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업체는 6%에 그쳤다. 즉 4차산업 혁명이 향후 산업생태계 및 기업 전반에 걸쳐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식견과 온도차가 크다. 또한 4차산업혁명에 대해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업체가 80%를 넘었다. 아직 우리지역 기업들의 상당수가 4차산업혁명의 파고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4차산업혁명은 일부 최첨단 산업에만 해당되는 것인 만큼 기존 전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크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같은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진 않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성숙기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기존 산업생태계는 부분적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큰 틀에서 4차산업혁명으로의 성공적 이행여부가 우리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보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광주·전남지역의 산업생태계를 보면, 대형장치산업 및 관련부품업체와 농업의 비중이 상대적 높다. 물론 예견할 수 있듯이 전자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력이 저하되고, 후자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지역내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소비수요 위축과 함께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더욱 어렵게 하여 청년층 이탈을 심화시키면서 고령화를 재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성공적 이행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새롭게 발굴하지 못할 경우 지역 청년층 이탈이 가속화 되면서 우리지역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이는 정부 및 각 지자체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주전남지역 산업생태계가 4차산업혁명 시대로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 필자는 다음의 세가지 트랙을 병행하여 추진하면서 트랙간 상호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지역내 핵심 대기업이 단기수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긴 안목으로 4차산업혁명의 혁신기술을 활용하여 고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지역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대형 장치산업의 경우 선도대기업의 혁신에 대한 투자부진은 관련부품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등 지역내 전반적인 산업생태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동 산업구조는 특징상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성, 초연결성, 소량 맞춤형 생산체제에 적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4차산업혁명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성공사례를 가능한 빨리 축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지역 전문가 그룹의 기업가 정신을 제고시키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토양이 될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현재 광주·전남지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창업타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경우 동 지역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 클러스터가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는 우리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농·어업의 스마트 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육체노동 의존도를 낮추는 반면 수익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청장년층의 농·어촌 정주율을 높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정보부족 등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므로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광주·전남지역의 광역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열의가 여타 지자체에 비해 뜨거워 동 혁명으로의 이행을 바라는 기업들의 여건은 우호적이라 할 수 있다. 부디 우리지역이 기업들의 4차산업혁명 메카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약화된 지역경제 활력이 혁신의 산업생태계 기반 위에 재충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