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1심형량 국민 정서와 거리있다

2018년 02월 22일(목) 18:54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으로 권력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판결에서 예상과 달리 낮은 형량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형량이 낮다는 게 국민들의 정서적 판단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시킨 빌미를 제공했고 직권 남용 등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소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안종범 전 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했다는 핵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인사권 남용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2016년 상반기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한 것 역시 민정실의 업무 범위로 볼 수 있다며 무죄 판단했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가 검찰의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는 특위가 활동 종료 후 고발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은 ‘금수저’로 회자되기도 했다. 최연소 민정수석에 오르면서 국내 ‘사정 라인’의 정점에 섰다. 그는 넥슨과의 강남역 인근 땅 고가 거래 의혹,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 등 개인 비리 의혹과 국정농단 개입 혐의로 2016년 가을부터 검찰 ‘우병우 특별수사팀’, 박영수 특별검사팀, 검찰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차례로 받았다.

특검과 검찰이 각각 한 번씩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돼 그는 한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번 1심 판결은 권력 상층부에서 문제를 야기한 인사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법적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정서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