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변화, 그리고 일본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2018년 03월 15일(목) 18:42

#국모가 시해되었다!

1895년 10월8일 새벽, 한 무리의 자객들이 경복궁에 침입하여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듣기에도 거북하고 치가 떨리는 이른바 ‘여우사냥’이 자행된 것이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조선의 국권침탈을 노리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은 외교적 선택의 결과였으며 약소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에 대한 지배력을 두고 청나라마저 제압한 일본으로서는 또다시 러시아와 협력을 모색하는 명성황후의 재팬패싱(일본배제)정책은 인내하기 힘든 고통이었으리라. 결과적으로 명성황후의 죽음으로 조선의 재팬패싱은 실패하였다.

#의자의 높이가 달라졌다!

2018년 3월13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서훈 국정원장의 의자에 눈길이 쏠렸다.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아베 총리를 만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에는 아베 총리보다 낮은 의자에 앉았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준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에도 높이가 낮은 의자에 앉아 아베 총리를 올려다보는 형국이어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서훈 국정원장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는 달라져 있었다. 아베 총리와 높이가 같은 의자를 배치하였으며 면담시간도 예정보다 길게 이어지면서 4월로 예정된 남북대화, 5월의 북미대화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는 일본의 조급함이 묻어난다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재팬패싱을 우려하는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역사적으로도 바다에 둘러싸인 일본은 반도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지리적 이점을 향한 침략을 계속해왔으며 아직까지도 독도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5년 박근혜 정부와 맺은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국제적인 질타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조치들을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주권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인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에까지 관여하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일본,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니시무라 부장관의 발언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외교적 형태는 둘로 나누어진 한반도의 위태로움과 미국의 북한 압박정책에 편승하려는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의 위기는 일본에게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대북압박이 이어지는 동안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일본의 위상은 확고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매직이 시작된다!

최근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세계의 이목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을 향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대화국면은 순식간에 거센 물살이 되어 요동치고 우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변화의 태풍으로 불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1993년 3월 김정일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으로 시작된 북한의 핵도발이 2017년 9월 김정은의 6차 핵실험을 정점으로 극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김정일 시대의 한반도 문제는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의 틀에서 복잡하고 간접적인 형태로 전개되었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영수회담 형태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파격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그 어디에서도 일본의 존재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이 변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일본이 보여주는 한반도 정책의 기조에서 식민사관이 느껴진다는 학자들이 많다. 남한과 북한의 대결구도 하에서는, 또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일본의 역할과 위치는 중요했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일본의 안하무인격인 자세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탄과 공분을 불러일으킨 적도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낮은 자세의 외교적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일본이 수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들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요구해야 한다.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