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의 품격 있는 말 김영미 |
| 2018년 04월 18일(수) 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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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 간에 날선 공방이 오간다. 당내경선 TV토론에서까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자치단체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품격을 지키는 일보다 상대를 이기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사람의 품격은, 그 중에서도 대중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정치인의 품격은 그의 언행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굳이 말과 행동의 경중을 따지자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 청산유수처럼 겉만 번드르르한 말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독재정권 치하에서 몸에 밴 전투적 언어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본다. 내용은 충실하면서도 형식이 우아한 말이 바람직한 정치인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말은 주위를 평화롭게 만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누가 바람직한 지도자인지 선택할 때 후보자들의 말만 잘 비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매체에서 연일 보도하는 연설이나 토론, 인터뷰, 발언 등을 관심 있게 체크해보면 그가 어떤 수준의 정치인인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과 관련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막말이다. ‘바퀴벌레’, ‘영감탱이’ 같은 표현을 막말이 아니라 서민적 용어로 알기 쉽게 풀어서 한 말이라고 하는 정치인은 그다지 품격 있는 정치인은 아닌 듯하다. 최근 15만 경찰에게 ‘미친 개’라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은 국회의원에게는 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우리 지역 후보자 가운데 누가 이런 막말 수준의 발언을 쏟아 내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사사건건 상대방을 흠집 내는 일에만 몰두하는 후보자들의 말은 품격을 잃고 사나워지기 마련이다. 마치 쌈닭 같은 자세로 막말 공세만 펼친다면 이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다. 정책선거로 대결해도 모자랄 판에 품격 없는 네거티브 공세만 펼치는 것은 지역사회의 미래는 안중에 두지 않는 구태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낙후와 정치적 후퇴를 초래한다. 유권자들 모두 엄중한 잣대로 냉철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다.
사실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특히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시때때로 노출되기 때문에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지 여부가 바로 검증된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언행일치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산하기관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해외여행을 질타하던 그가 한 술 더 떴기 때문에 실망을 안겨준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종잡을 수 없는 지도자로 인식하는 것도 그의 연설이나 트위터 글이 실제 행동과 다르기 때문이다. 겉과 속이 다른 말, 억지로 꾸며낸 말은 결코 품격 있는 말이라 할 수 없다.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의지가 함께 할 때 그 가치가 입증된다.
품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 뿌리에는 그의 가치관과 소신과 철학이 녹아 있다. 또 가정교육과 살아온 경륜도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억지로 꾸민다고 해서 꾸며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피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정치인들이 품격 있는 언행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의 신뢰를 심어주시기 바란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지역사회 지도자들에도 거듭 부탁드리고 싶다. 더 나아가 남북의 지도자들도 품격 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