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꿈꾸면 현실이다 주홍 |
| 2018년 05월 03일(목) 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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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2016년 5월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에 120여명의 화가와 만화가들이 분수대를 둘러싸고 각각 걸개그림을 그렸다. 하늘에서 내려다 봤으면 마치 거대한 하얀 민들레꽃처럼 보였을 것이다. 제3회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의 현장이었다. 하얀 천위에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참여 작가들은 비가 오는데 광장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천을 들고 천막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웅성거리며 행사를 취소하거나 지하상가로 내려가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비를 맞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몇몇 화가들이 있었다. 나는 찾아가서 물었다. “비가 오는데 행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라고. 그러자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계속 그리고 있으면 다른 작가들도 다시 천을 펴고 그림을 그리게 될 겁니다.” 나는 감독으로서 결단을 내렸다. “참여 작가 여러분, 제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세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여러분의 작품을 함께 그려줄 겁니다. 이 비가 마치 윤상원 열사의 눈물 같습니다. 5월27일 오늘은 윤상원 열사의 기일입니다. 그림이 빗물에 조금 번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분의 작품 속에서 오늘 이 자리를 기억하게 만들 것입니다.” 참여 작가들은 화구와 걸개그림용 천을 들고 다시 돌아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30분 정도 흩뿌리던 비는 서서히 멈췄다.
2016년 한반도에는 전쟁위기가 감돌고 박근혜 정부는 전쟁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었다. 곧 전쟁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고조될 때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월정신은 또 어떤 힘이 있을까? 나는 화가들과 예술가들은 미래를 예견하는 예지력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이 한 곳을 바라보면 행인이 그냥 지나가지만, 세 명이 한 곳을 바라보면 지나가는 사람도 발을 멈추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세 명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100명이 모여서 민주광장에서 밤을 새워 평화통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잔치를 열어 함께 꿈꾼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제를 정했다. ‘오월정신과 평화통일의 꿈!’ 100명의 작가들은 그날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한반도 평화를 꿈꾸는 그림을 그렸고 특별한 추억을 공유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100명의 예술가들이 광주의 금남로와 민주광장에 모여 하나의 주제를 그림과 만화 등으로 표현하며 한마당 잔치를 열어왔던 ‘100인의 오월정신릴레이아트’…. 4·27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상상력의 힘에 대해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2년 전 100여명의 화가와 만화가들이 모여 그림으로 그렸던 한반도의 평화가 눈앞에 현실로 일어나고 있기에, ‘정말 뉴스에 나오는 이 장면이 나 혼자만의 꿈은 아닐거야. 우리가, 아니 세계인이 함께 꿈꾸고 있다면 이건 현실이지…’ 이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몰랐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서 전 세계인들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선포했고, 이제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 지구촌을 향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선포하면 휴전이 아니라 종전이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을 수 없다. 6·25-4·3-5·18 그리고 4·27. 우리현대사의 비극을 평화로 바꾼 역사적인 날로 4월27일이 기억될 것이다. 곧 5월 중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된다면 그날은 우리민족의 진정한 독립의 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이 주변국에 휘둘려 서로 반목하고 증오하고 오해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상생과 화합, 번영으로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뚫린 육로로 유럽여행을 가는 꿈을 꾼다. 그리고 100인의 오월정신릴레이아트 행사가 평양의 광장에서 열리는 꿈을 꾼다.
올해도 5월26일 오후 5시18분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100명의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걸개그림을 그리게 된다. 제5회 100인의 오월정신릴레이아트 행사가 구 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열린다. 이번에는 ‘메이피플-평화의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주제로 100개의 걸개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4·27남북정상회담의 봄바람에 날려 온 평화의 꽃씨가 뿌리내려 예술의 꽃으로 피어나는 다양한 그림들이 궁금하다. 각지에서 온 만화가들, 그림책작가들, 화가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담아낸 그림들이 정말 궁금하다. 우리는 함께 꿈꾼다. 억울한 사람이 없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