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러운 기업과 기업가 김일태 |
| 2018년 05월 08일(화)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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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과 기업가들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탈법과 비리를 수시로 저질러 온 것은 정권과 결탁된 정경유착에서 비롯된다. 일부 대기업의 창업주는 물론 2세와 3세 오너들이 탈법과 비리로 구속되거나 형을 살게 되는 수치스런 일들이 연속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총수와 일가들은 정경유착으로 축적된 기업 권력을 이용해 직원과 고객은 물론 국민의 상식을 초월하는 상습적이고 비상식적인 갑(甲)질을 자행해 왔다. 우리 헌정사는 권력핵심과 일부 기업들의 결탁으로 전직 대통령들과 대통령의 일가들이 뇌물, 비리, 횡령 등으로 구속되거나 옥살이하는 큰 오점을 남겼다.
정경유착은 기업과 기업가들이 최소의 비용을 지불하여 최대의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최고의 권력자에게 최소의 뇌물을 주고 최대의 이권을 획득하는 경제적 행위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과 기업가들은 로비를 통해 각종 특혜를 받는 경우에 자신들에게 최대한의 경제적 이득이 주어지게 되어 고객이나 국민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무시하게 된다. 이런 정경유착의 행동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불이익을 주고 경제 전반에 비효율적인 영향을 주는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에 기인한다.
최근 삼성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 의혹으로,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명품 밀수 및 관세 포탈 혐의와 배우자와 두 자매의 갑질 파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은 자신과 일가들의 비리 의혹과 악랄한 갑질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자신들 기업의 이미지만을 지키기 위해서 밖으로는 사회적 봉사 책무나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상투적인 언어로 포장된 몇 줄의 대국민 사과로 임직원들의 고통을 무마시키며 고객들의 소비자 주권도 무력화시키면서 국민을 우롱하여 왔다.
실제로 그들은 의혹과 사건의 파문이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무법과 탈법이 판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기업 권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기업으로 포장된 재산과 특권을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불법적으로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업과 기업가의 역사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이 남긴 스토리는 기업 오너들에게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메디치 가문은 상인으로 출발하여 14-15 세기 금융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여 1748년까지 350여 년간 실질적으로 피렌체 공화국을 다스리면서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 수많은 거장을 후원하여 학문과 예술의 부흥으로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이 가문에서 피렌체 시민들로부터 ‘일 마그니피코(il Magnifico)’, 즉 ‘위대한 자’로 칭송 받은 로렌초 데 메디치는 “메디치 가문의 재산은 피렌체의 재산이다”이라고 선언하였고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데치는 “모든 소장품을 토스카나 대공국에 기증하여 피렌체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겨라”라고 하여 메디치 가문의 방대한 예술품이 우피치 미술관의 전신이 되었고 피렌체는 오늘날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로 남아 있다. 이제 기업과 기업가들은 기업이 왜 존재하며 기업가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는 초심의 자세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코즈(Coase)는 1937년에 발표한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에서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존재하므로 기업이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거래비용은 이해관계자들이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으로 시장이용의 비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본 경제학자 小田切宏之(오다기리 히로유키)는 ‘기업경제학(2000)’에서 역사적으로 도매상제 가내공업에서 수공업적 공장 경영으로, 주식회사 체제의 공업 생산으로의 발전은 생산 요소의 측면에서는 자영업자에서 임금노동자라는 신분의 전환이며 조직의 측면에서는 시장 거래에서 기업 체제라는 시스템의 전환이라고 평가하였다.
기업은 역사적 및 조직적 측면에서 거래의 전문화를 통해서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조정 메커니즘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기업이 생산과 교환에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 기업은 본연의 존재이유에 충실하면서 기술혁신과 인적자원 축적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여 생산요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분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가는 생산 활동을 감독하고 시장의 단기적 불균형을 조정하고 혁신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위험을 부담하는 창업 정신으로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는 길 만이 진정으로 주주, 종업원, 고객, 거래처, 투자자,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