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 이모’ 구하기 최형천 |
| 2018년 05월 20일(일)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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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에 위치한 일식당 주방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는 40대 여성 G 씨는 다음달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식당 사장님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즉시 직업소개소를 통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좀 기다리라는 연락만 받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여성 일용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6천 명(-10%) 감소하였고, 이 기간 동안 사라진 일용직의 98%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산업별로는 편의점,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크게 줄었습니다.
이렇듯 ‘식당 이모’로 불리는 여성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 원인이 올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지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용직 감소현상은 이미 진행되어 왔습니다. 2015년 8월에서 2017년 8월까지 2년 사이에 전체 자영업자는 8만 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11만 명이나 증가한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는 바로 재료비, 임대료, 인건비라는 삼중의 비용 쓰나미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영업도 본격적인 ‘다운사이징(규모 축소)’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비용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재료비이지만 이에는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재료비는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임대료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낮출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것이 인건비로 직원 수를 줄이거나 나홀로 사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은 단순히 직원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규모에 따라서 인력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고객서비스 질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답은 생산성에 있습니다. 우선 매장 운영 방식을 새롭게 설계 또는 디자인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매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온 대표기업으로는 세계적 프랜차이즈기업 맥도날드를 들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창업과정을 그린 영화 <파운더>를 보면 외식 매장의 혁신적 프로세스를 구축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역발상으로 종업원을 우대하고 이익을 함께 나눠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입니다. 일본의 종합슈퍼마켓인 ‘야오코 마켓 플레이스’는 시간제 종업원에게도 결산 상여금을 지급합니다. 매출액 경상이익이 4%를 넘으면 그 일정 금액을 종업원에게 상여금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업은 일본이 가장 어려웠던 ‘잃어버렸던 20년’ 기간에도 매년 매출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불가사의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순천의 한 식당도 매출에 따라 시간제 종업원에게까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대우 받은 종업원의 밝고 친절한 서비스는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들었으며, 이 식당에서 일하고자 하는 대기자가 수십명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급한 대책으로는 자영업계에 새로운 노사관행을 구축해 가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의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4%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의 이익률 감소라면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는데 미리 겁먹은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노사 양측이 모두 노동관계법에 익숙치 않고, 법률과 관행상의 거리감 때문입니다. 식당의 경우를 예로 들면 휴무시간의 인정 등 합리적인 근로계약안을 만들고 전문노무사의 입회 하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노무사 비용의 일정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지도하면 그 효과는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연초에 여러 경제 연구소들이 금년도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힘입어 민간 소비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얼마나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느냐에 따라서 성장의 수준은 달라질 것입니다.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살아납니다. 영세자영업자도 식당 이모도 그 처지만 다를 뿐 모두다 ‘을’들입니다. 식당이 힘들어도 부둥켜안고 가고, 어려운 식당 사정을 잘 알기에 내 사업처럼 일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북녘으로부터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힘을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