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훈련은 안전자산이다 문기식 |
| 2018년 05월 24일(목)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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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3일 토요일 오전 7시56분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뉴스는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8일 만에 벌어진 대형 병원 화재는 그 자체만으로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두 병원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 하나만 같았을 뿐 모든 것이 달랐다. 세브란스병원의 신고는 빨랐고, 안전 설비는 제대로 작동했다. 또한 대응 조치는 적절했다. 그 결과 환자와 가족 등 300여명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세브란스병원의 화재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평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소방훈련과 매뉴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화재가 밀양 세종병원 등 일련의 대형화재와 달리 다행히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소방 당국과 병원 측의 신속한 대응, 스프링클러설비와 방화문 등 화재관련 안전설비의 정상 작동이라는 기본이 지켜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점 또한 19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달랐던 점이다.
화재는 오전 7시56분 병원 본관 3층 5번 게이트 천장에서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병원 측의 신속한 신고로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도 총동원됐다. 두 차례에 걸쳐 소방공무원 270명과 소방차량 80대가 긴급 출동했고 소방헬기도 동원됐다. 불은 약 2시간 지난 오전 9시59분 완전히 진화됐다.
연기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을 경우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병원과 소방 당국의 대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스프링클러설비와 방화문 등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스프링클러설비와 구역별 방화셔터가 작동해 화재 확산을 막고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대피도 빨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소방공무원과 병원직원이 업어서 이동시켰다. 실외로 대피한 환자들에게는 담요를 지급해 2차 피해를 막았다. 병원 측은 “환자 대피 계획에 따라 화재경보 발령 때부터 외래 및 입원 환자에 대한 대피조치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발생부터 피난대피유도와 화재진압활동을 마무리할 때 까지 지켜본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공무원이 신속한 출동으로 대피를 유도하고 계단을 못 오르는 환자는 소방공무원들이 업어서 피신시키고, 간호사와 병원 직원들이 담요 등 침구를 가져와 환자들을 돌봤다”며 “화재가 진압됐으나 연기를 빼내는 작업 중이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소방공무원과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30년 전과 비교해 우리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후진국형의 크고 작은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2월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전국적으로 실시해 왔다. 점검결과 제천 참사 때와 동일하게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는 형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소방훈련과 안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로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소방시설점검이나 시정명령을 비용이나 규제로 보는 성장지상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책임자의 관심과 안전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안전에는 지름길도 무임승차도 없다. 우리 모두 꾸준한 소방훈련과 관심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