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 ‘존폐’ 논란 유감 이윤배 |
| 2018년 05월 28일(월) 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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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원의 교권 존중과 사기 진작, 그리고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이날은 옛 스승 찾아뵙기, 안부 편지 보내기, 모교 및 자녀 학교 방문하기 등 스승님에 대한 존경심을 선양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학교별로 개최된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스승과 제자 사이에 생화 카네이션은 물론 캔 커피 하나도 서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되면서, 교사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런 날로 변질됐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스승의 날을 아예 폐지해 달라는 현직 교사의 청원까지 등장했을까.
교육 현장은 지금 공황상태다. 초등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고 자식을 체벌하고 훈계했다고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 결과 상담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교권 침해 상담 사례는 572건이나 된다. 2009년 179건과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교권을 침해하는 주 가해자는 학부모로, 46.7%를 차지했다. 다음이 이사장·교장으로 23%였으며,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도 10.1%나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교권 침해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6.25 폐허를 다시 털고 일어나 오늘날을 일구어 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힘이 바로 ‘교육’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있도록 한 배후에는 열악한 환경과 박봉 속에서도 오직 열정 하나로 제자를 사랑하고 아끼며 꿋꿋하게 버텨 온 스승들이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지난 수 년 동안 교사들을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폄하하고, 사회는 사회대로 교직을 천덕꾸러기 푸대접함으로써 상처만 안겨 주고 있다.
결국 ‘교육 관료 독점 체제’가 교육 민주화와 교육 개혁의 발목을 붙잡고 교육 파행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다. 여기에 2012년 학생인권조례의 공포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등장하면서 그럴 듯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된, 학교 내 체벌 금지 등의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 망국의 진원지’가 바로 교육부라고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권력, 재벌, 언론, 사학재단 유착 고리에 빌붙은 교육부를 과감하게 수술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교육 개혁도 말의 유희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극히 일부지만 업자들과 학부모로부터 뇌물과 촌지를 받고,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야기함으로써, 교사들 스스로 교권을 추락시키는데 일조한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머리와 가슴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하는 전인 교육은 실종된 채, 오직 입시 위주의 단편적인 지식만 암기시키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교육이 오늘날 학교를 붕괴시키고 아이들마저 알게 모르게 병들게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학교 문제의 심각성은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 사이에 신뢰가 깨진 데 원인이 있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초적인 바탕인 까닭에 학교에서 신뢰가 사라지면, 올곧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의 사랑이 학생들의 가슴을 울려 자발적인 존경심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진정한 전인(全人) 교육이 가능하다. 인성이나 인간 교육은 교사에 대한 믿음의 산물로서 교육이란 지식만을 제공하는 단순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들 역시 수업, 학생 지도, 그리고 연구 성과 향상 등 스스로 교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교권은 누가 거저 갖다 주는 것도, 확립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교육 백년대계가 제대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진정한 스승의 권위가 전제돼야 한다. 인적자원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더 더욱 그렇다.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옮기자는 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정부와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