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는 시대의 흐름 박장남 경찰청 형사·수사분야 교수,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

2018년 06월 04일(월) 19:43

나는 오래전부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왔던 한 사람이다.

경찰이 모든 수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다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군림하는 것이 줄어들어 국민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점진적으로 사법정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사권을 경찰이 갖든 검찰이 갖든 수사권 독점이 문제이다. 요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가 본격 거론되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하지만 강산이 4번 가까이 변하도록 경찰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3항에는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 동법 제16조 제2문에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첫째 영장청구절차는 영장주의의 본질이 아니고 입법사항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학계에서도 ‘헌법규정 삭제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고, 2017년 국회 개헌 특위 자문위원회 제1소위도 대다수가 삭제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대법원도 실질적 헌법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영장청구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느냐의 문제는 기본권 보장과 필연적 관련이 없는 사항이며, 국회 등 입법자가 구체적인 국가 사정을 고려하여 정할 입법사항으로 형사절차법의 영역이다.

둘째는 ‘검사 독점’은 권력분립을 통한 인권보장의 정신에 부조화다. ‘검사 독점’이 더 인권 보장적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독점적 관여권한의 헌법적 근거로 가능함으로서 권력분립 헌법이념에 배치된다.

다시 말하면 ‘검사 독점’이 이중보호 장치인지, 오히려 검사경유로 인해 피의자의 신속한 법관 대면권이 침해당하고 구금기간이 길어져 인권 침해적인지는 단언하기 곤란하다.

특히, 검찰 조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83명에 이르고 있어 검찰이 인권 옹호기관과 무관함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는 것과 인권보호는 무관하다.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은 인권침해적 처분으로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기관별로 차이가 없고 모두 법관에 의한 사법판단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럼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윌리엄 신 한인검사협회 회장의 법률신문 대담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검사실에서 피의자가 자살한 것을 13년 동안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법원행정처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의 기각률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기각률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검찰의 영장청구권 행사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성접대 등 불법로비 혐의로 김모 前법무차관이 출석을 불응함에도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불청구한 사건과 2016년 서울서부지검 김모 부장검사 뇌물혐의 확인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기각한 후, 검찰 내에 동일한 사건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중단 및 송치를 지휘한 사건 등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경찰수사의 적법성 통제보다는 경찰수사력의 무력화나 검사의 수사지휘권 강화의 권력적 지배로 활용되고 있다 할 수 있다.

검사의 자의적 영장불청구가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제 식구 감싸기’나 ‘전관예우 의혹’ 등이 제기되어 사법부를 불신하는데 가중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인권침해의 방지를 구실로 경찰수사에 대한 수사지배권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되고, 권력분립의 헌법적 가치인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 봉쇄되어, 검찰이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되는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경찰을 영장신청의 주체로 할 경우에도 ‘구속영장에 관한 한 검사경유 제도’를 도입하여 인신구속에 대한 신중한 절차를 마련하면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상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은 5·16 이후 국회의결이 아닌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결정되었으며 학계에서도 신뢰할 만한 입법과정의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도입과정상 투명하지 못한 점이 있고, 그 이후에도 진지한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나라만 비교법적으로 외국 ‘헌법’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모두 헌법상 영장청구주체 규정이 없다.

도입당시, 경찰권 남용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지금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찰의 수준향상이라는 변경된 국가사정을 감안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오히려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한남용에 대한 통제가 시대적 과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영장청구권의 주체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영장주의와는 무관하고 헌법사항이 아니므로 국회에서 입법자가 법률로 규정하면 되는 사항이므로 21세기 민주화 및 분권화 요구에 맞춰 헌법상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영장청구권 주체에 관하여는 입법 정책적 결단에 위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