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문화관 ‘故 무형문화재 얼을 기리며’ 박희순 |
| 2018년 06월 07일(목)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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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는 15인이다. 지난 3일 전통문화관 6월 일요상설공연에서 위패 15위를 모시고 추모제를 지냈다. 추모제에 앞서 예부터 혼례나 제사 등에 올렸던 찹쌀부꾸미 만들기 체험을 전통문화관을 찾은 방문객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추모제의 분위기를 돋웠다. 추모의식은 유교식 제례의식으로 광주향교에서 집례하고, 추모공연으로 현 보유자들이 영산작법과 씻김굿을 연행했다.
◇유교식 제례의식
너덜마당에 8폭의 병풍이 세워졌다. 병풍 앞에는 위패 15위와 4변 4두의 제물이 진설된 제사상이 있고, 고인의 제자들이 보낸 화환이 제사상을 빛냈다. 제례의식은 제관과 참석자들이 신주 앞에서 절을 하는 참신례로 시작됐다. 신주 앞에서 향을 올리고 폐백을 드린 전폐례, 위폐 앞에 놓여진 15개의 술잔 하나 하나에 정성스럽게 술을 올린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신에게 올렸던 술이나 제물을 먹은 음복례, 신을 보낸 사신례, 축문을 태워 없애는 망료례로 의식은 마무리됐다. 때 이른 폭염주의보로 너덜마당이 뜨겁게 달아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고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의식에 참석자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추모영령을 위한 ‘길 닦음’
제관들이 내려간 무대에는 징을 든 스님과 목탁을 든 스님이 자리를 메웠다. 두 스님의 징과 소리, 목탁소리에 따라 네 명의 스님이 너덜마당의 파란 잔디에서 나비 같은 작복에 고깔을 쓰고 손에는 모란꽃을 쥐고서 고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나비춤’을 추었고, 이어 양손에 큰 바라를 들고 ‘바라춤’을 추었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광주 영산재의 보유단체인 광주불교 영산회의 첫 번째 추모공연이다.
다음으로 하얀 소복을 입은 보유자 6인이 질베(길베)와 넋당석을 들고 무대에 올라 희고 긴 천으로 된 질베(길베) 위에 지전을 얹어 두고, 넋망석으로 그 위를 왔다갔다 닦으며 소리를 했다. 고인이 된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에게 바치는 현 보유자의 두 번째 추모공연인 <씻김굿> 중 ‘길닦음’이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연행되는 중요한 넋굿으로 그 가운데 ‘길닦음’은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절차이다. 공연 중 고인의 유족을 비롯한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고인의 노자돈을 올리기도 했다. 현 보유자들이 무형문화재로써 선대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다 고인이 된 보유자의 얼을 기리며 추모공연을 연행한 모습은 이수자와 전수자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이 됐을 것이다.
전통문화관은 무형문화재 전수공간인 무형문화재 작품전시관과 전수실이 있다. 보유자들은 작품을 전시하거나 입주하여 전수교육과 제자양성에 힘을 쏟으면서 선대의 무형문화유산을 유지·전수하는데 온 힘을 쓰고 있다. 더 나아가 무형문화재의 전승 혹은 보존되어야 할 기본적인 형태에서 범위를 넓혀 문화발달에 기준이 될 수 있는 것, 혹은 유사한 문화 형태 중에서 본보기가 될 만한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선대의 무형유산이 여러 세대를 걸쳐 전승·유지되면서 문화의 본보기로 확대될 수 있는 양상을 구현하는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가진 고유한 가치, 기법 또는 지식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대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다가 고인이 된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가치를 되새기며 얼을 기리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