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구하라 김일태 전남대 교수

2018년 07월 17일(화) 19:03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특히 내수는 부진하고 수출은 등락하고 좋은 일자리의 사정은 나아지지 못하며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날로 증가하여 높은 가격 설정으로 기업이익이 차지하는 몫은 늘어나지만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점점 줄어들어 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으로 인한 갑질로 초래된 오너리스크는 노사 간의 갈등으로 기업투자의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로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팀목인 수출이 호조한 덕분으로 3%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수출의 추세는 반도체 편중과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 등 주력업종의 부진으로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의 부진은 성장을 감소시켜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고 소득과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G2)의 무역 전쟁은 유럽연합(EU)의 가세로 글로벌 보호무역을 더욱 심화시키고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라고 강요하여 한국경제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2017년 기준으로 우리 경제의 주요 수출국이 중국(1,421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4.8%)과 미국(686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2.0%)에 치중되어 수출의존도가 36.8%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호무역의 대상 품목이 한국 수출의 주력업종인 자동차, 철강, 반도체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폴 크루그먼 교수에 의하면 무역 전쟁으로 경제규모가 큰 나라는 최대 20% 수출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첨단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완제품으로 미국과 서유럽에 수출하는 글로벌 무역 구조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2배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6월15일)의 5월 고용동향은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좋은 일자리 창출 부족으로 대학 졸업 후 청년층의 취업을 더디게 만들고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 고용률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한 일시적인 일자리로 증가하지만 여전히 청년층들은 좋은 일자리의 구직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힘든 경제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소득 분배와 일자리 악화의 개선은 소득주도 및 혁신 성장, 부동산 규제, 최저임금, 그리고 노사상생 등의 정책은 일시적 처방에 그칠 것이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유 시장을 형성하는 요인의 근원적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 소수의 거대한 부유층, 대기업의 오너패밀리, 금융의 엘리트 집단, 그리고 이익단체들은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힘을 행사하여 경제 규칙을 수시로 바꾸어 자신들의 몫을 늘려왔다. 반면에 소상공업자, 저임금 근로자층, 프랜차이즈 가맹업자 등 대다수 서민층은 불리한 계약으로 공정한 거래에서 배제되고 담보대출 부채로 채무 불이행으로 전락하게 되어 직업의 불안정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경제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자본주의를 구하라(Saving Capitalism)>에서 시장 경제를 구성하는 5가지 기본적인 요소인 재산, 독점, 계약, 파산, 시행에 대한 공정한 시장 규칙을 고안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는 과거의 경제 규칙인 ‘자유 시장’이냐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번영을 분배하도록 조직된 시장이냐, 아니면 거의 모든 소득을 상위 소수에게 쥐어주도록 조직된 시장이냐”를 선택하는 새로운 시장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시장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의사와 가치를 반영하여 기존의 시장 규칙을 수정할 힘이 있어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으로 새로운 시장 규칙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장 규칙은 사회적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언급한 삶의 만족도를 반영하는 사회적 포용의 정책을 통해서 실현될 것이고 국가와 지역을 정의롭고 풍요롭게 번영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