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험지 유출 ‘윗선’ 개입 수사 확대 경찰, 해당학교 행정실·학부모 집 등 압수수색 중간고사 시험지도 유출 확인…금품정황 조사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7월 17일(화) 20:18

모 사립학교의 ‘고3 시험지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광주서부경찰서 수사관들이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챙겨온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광주 모 고교 고3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 경찰이 해당학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등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말고사 뿐만 아니라, 중간고사 시험지도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윗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 이다.

◇집·학교서 증거확보 주력

광주 서부경찰서는 17일 오전 9시부터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58)씨 집에 수사관을 보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입건된 학부모 B(52·여)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은 오전 10시30분부터 약 50분 동안 사건이 일어난 학교로 수사관 10명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행정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중간고사 시험지 유출 경위는 이들의 진술로만 확인된 만큼 증거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행정실장·학부모 사전 모의

이번 시험문제를 통째로 빼돌린 학교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30분간 밀담을 나눈 뒤 하루 만에 행동에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A씨와 B씨가 지난 1일 오후 5시께 광주 남구 노대동 한 카페에서 약 30분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페에서의 만남과 시험지 유출 요구는 B씨가 A씨에게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의 영향력과 부모로서 딱한 처지를 봐서 요구에 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의사인 B씨는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를 원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년퇴직을 불과 2년여 남겨둔 A씨의 범행동기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금품이 오간 정황을 파악 중이다.

◇‘윗선’ 개입 가능성 조사

경찰은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B씨가 위험 부담을 안고 시험문제를 빼돌린 이유로 금품 제공 또는 퇴직 후 일자리 보장 등 개인적인 대가뿐만 아니라, 상부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학부모 A씨와 이 학교 이사장 부인이 고교 동문이라는 점도 눈여겨 보고 있다. A씨가 지난 4월 발전기금 300만원을 학교에 기탁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사용기록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A씨와 ‘윗선’ 개입 가능성 여부도 분석 중이다.

◇지역 교육계 우려 목소리

지역 교육계는 무엇보다 수능을 코앞에 둔 다른 고3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모 여고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그 피해는 같은 학교 다른 학생들은 물론 이 지역 다른 수험생들까지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교육계는 근거 없이 떠도는 불필요한 의혹이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해야 아무런 잘못이 없는 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