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처치·면담 치료로 접근해야” ●자살 원인과 예방 정신질환·심리적·물리적 요인 자살 위험도 높여 당사자의 약한 부분 치료·원인 제공자 상담 병행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2018년 07월 18일(수) 19:08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병원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김형준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내원한 환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자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재고가 이뤄지고 우리나라가 그 가운데 자살률이 1위라는 사실과 연이은 자살소식 보도에 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나 정작 ‘자살’이라는 단어는 터부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식이 미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자살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없어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수 있는 행위인 만큼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김형준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도움말 김형준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살이유 다양…심리·물리적 원인

자살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해당되는 증상이나 변화에 유의해야한다.

먼저 다양한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본적으로 자살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생물학적으로 자살을 할 이유가 남들보다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존에 우울증·조울증·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거나, 진단 받은 적은 없지만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술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에 중독 돼 있는 물질 사용장애의 경우도 자살과 관련된 생각이 늘어날 수 있고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자살 위험도가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으로 술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는데 음주는 자살시도를 높이는 주요한 인자 중 하나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다양한 심리적인 동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기적인 절망감, 무력감은 매우 유효한 자살예측인자로 알려져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 혹은 돈, 직업, 명예 등 가치에 대한 상실을 겪은 경우도 반드시 자살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살은 그 사람에게 있어 무언가로부터의 도피·속죄·처벌의 수단이 되는가 하면, 자기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한 분노를 분출시키는 간접 표현이다. 그 외에도 집단을 위한 사명감(데모·자폭테러·신흥 종교), 일상으로부터의 급격한 변화(복권 당첨·실직)가 자살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세 번째로, 물리적인 원인으로 자살동기가 생기기도 한다.

부상으로 인한 신체나 외모의 변화, 만성적인 질환에 의한 고통이나 그 치료과정에서의 어려움이 그 예시다. 또 뇌의 손상·노화에 따른 증상, 몇몇 약제(스테로이드·혈압약·항암제)들도 결과적으로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유발함과 동시에 자살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반드시 의학적인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의학적 처치·복합적 치료 병행

자살과 관련된 요인은 훨씬 다양하며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할 수도 있고 놓치기 쉬운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정신의학적인 진료와 복합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에 들어가면 약물치료가 병행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중독성과 같은 정신과 약물에 대한 선입견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약물치료는 실보다 득이 더 많다.

실제로 증상이 안 좋아지자 약을 끊어서 재발돼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충분한 기간을 평가 받고 약을 서서히 중단하거나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약물, 술과 같은 물질복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 다른 치료보다 우선 해당 물질을 중단해야 하며, 뇌의 변화와 같은 의학적인 상태의 경우 다른 전문과 의사에게 의뢰해 협력 진료가 필요하다.

또 의학적 처치 외에도 자살의 심리학적 동기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본인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의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 심리학적인 동기는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문제가 복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자살시도를 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만약 그 사람의 괴로움의 원인이 가족 중 누군가라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자살시도를 한 당사자의 약한 부분을 치료해줌과 동시에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의 변화도 필요하다. 충분한 수련과정을 거친 전문가에게 면담을 통한 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의 대부분이 자살 전에 자살의도를 내비치며, 직접적으로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환자 주변 인물들은 그러한 표현을 놓치지 않고 자살의도를 확인해야 한다. 혹은 아직 표현이 되지 않았더라도 걱정이 되는 경우 그 사람에게 자살의도를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 뒤에 진료로 이어지도록 해 자살의 원인들을 살펴보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