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살다 간 ‘청년시인’들 꿈과 이상 담다 ‘못다핀 청년시인’ 윤동주·이상·박인환 지음 스타북스 1만2천900원 요절시인 윤동주·이상·박인환 저항·순수 담은 123편 詩 수록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8년 07월 22일(일) 18:59

스물일곱의 이상, 스물여덟의 윤동주, 스물아홉의 박인환은 채 30년도 살지 못하고 요절했다.

이들은 사는 모습은 달랐지만 시에 대한 열망은 누구도 뒤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나지도 못한 세 명의 시인들에게 특별한 인연으로 엮여진 운명은 참으로 묘하다.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또한 이상을 너무 좋아해 그를 기리는 추모회를 주선하고 사흘 내내 폭음하다 요절한 박인환, 무엇이 이들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모진 운명과 인연을 줬을까.

이들 세 시인은 지금도,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서 노래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돼 나타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일제강점기라는 험준한 시대, 시의 르네상스를 구가하다 요절한 세 시인의 시들을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 ‘못다핀 청년시인’이 출간됐다. 이 시집에선 윤동주, 이상, 박인환 등 동시대를 살았던 세 시인의 주옥같은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집은 윤동주, 이상, 박인환 등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눠 진행된다. 시집에는 세 시인의 시 중에서 저항과 순수의 의미를 담은 각 41편씩 골라 총 123편이 수록됐다.

특히 윤동주 추모글, 이상 특집, 박인환 해설 등 저항시인이자 서정시인인 이들에 대한 기록들을 각 장의 부록으로 싣는다.

요절시인인 윤동주와 이상, 박인환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한 책 ‘못다핀 청년시인’이 출간됐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왼쪽부터)이상, 박인환, 윤동주의 이미지.

윤동주 편에서는 발간 원문 그대로 지용(鄭芝溶)의 서문과 유영(柳玲)의 추도 시 및 강처중(姜處重)의 발문, 그리고 정병욱(鄭炳昱)의 후기와 윤일주(尹一柱)가 쓴 ‘선백(先伯)의 생애’가 실려 있다.

고향 친구이자 학교 동창인 문익환(文益煥) 목사의 후기도 실려 있어서 아는 친구나 후배에게 ’책만 아니면 무엇이든 줬다’는 윤동주 시인의 후덕한 인심을 엿볼 수 있다.

이상과 박인환 편은 서울시인협회 회장과 시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민윤기 회장이 두 시인의 어제 오늘에 이어지는 발자취를 따라 특별취재와 해설로 그들의 삶을 반추해 보고, 청년시인들의 생전과 생후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과 이해를 돕게 해준다.

한편, 윤동주는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에 ‘달을 쏘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를 발표했다. 문예지 ‘새명동’ 발간에 참여했으며, 대학시절 썼던 시 중 19편을 골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내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43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교토의 경찰서에 구금됐고, 이듬해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 복역 중이던 1945년 2월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이상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해경이다. 천재시인으로 통하는 이상은 1936년 소설 ‘날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일본 도쿄로 떠났으나 폐결핵 악화로 1937년 4월17일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요절했다. 사후 소설 ‘종생기’, 수필 ‘권태’ 등이 발표됐다.

박인환은 1926년 강원도 인제 출생을 1956년 서울 세종로에서 생을 마쳤다. 자유신문, 경향신문 기자로 일했고 6·25전쟁 때는 종군기자로도 활약했다. 1956년 3월17일부터 사흘간 ‘이상추모회’를 열어 폭음 끝에 3월20일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1976년 10주기를 맞아 장남 박세형씨가 추모시집 ‘목마와 숙녀’를 간행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