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토(聲討) 축구, 이제 그만 이윤배 |
| 2018년 07월 30일(월) 1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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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 우승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강호들이 줄줄이 중도에 탈락하고 인구 410만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참가국 별로 희비가 교차한 경기가 특히 많아, 축구팬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월드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포르투칼의 호날두 등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프랑스의 19세 신예 공격수 음바페, 골든볼을 수상한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두리치 등 새로운 축구 스타들이 탄생해 세계 축구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그런데 경기의 공정성을 기하고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주심들의 미숙한 자의적인 판단과 축구 강국에 유리한(?) 판정 등으로 인해 도입 취지를 무색케 만들었고, 결승전 도중 관중 난입 사건은 옥에 티였다.
우리나라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러시아 월드컵까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아시아 국가 중 독보적인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3전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의 환희와 감격이 아직도 생생한 국민들로선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현재 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월드컵 챔피언을 아시아 국가 최초로 2:0으로 통쾌하게 격파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전에서의 1:0 패배를 16년 만에 멋지게 설욕한 사실이다. 이를 지켜 본 세계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에 열광했고, 독일은 80년 만에 예선 탈락이란 수모를 겪었다. 축구광이라는 메르켈 총리마저 “매우 슬프다”라고 토로했으니 그 충격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결국 실패했지만, 2002년의 “꿈은 이루어진다.” 슬로건처럼 마지막 투혼을 불태운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 1%의 가능성을 99% 현실로 만든 기적 같은 결과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물론 매 게임 다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스웨덴과의 첫 경기부터 독일전과 같은 경기를 하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러시아 월드컵이다. 또다시 4년 뒤를 기약해야겠지만 첫 경기의 부진에 대한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의 악플 공세는 감독과 선수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주었다. 그런데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경기를 하다보면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따라서 잘할 때는 박수쳐 주고, 잘 못 했을 때는 질책 대신 격려와 함께 즐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축구가 독일을 이긴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독일 선수들이 한국을 얕잡아 보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즐겼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축구는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계 축구는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점유율 축구가 종말을 고하고 기술과 속도의 새로운 축구가 등장했다. 러시아 월드컵 축구를 기점으로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애써 모른 채 방기(放棄)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따라서 4년마다 반복되는 성토(聲討) 축구를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몽준, 정몽규 등, 정씨 형제의 전유물이 돼 있는 축구 협회내의 적폐 청산과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선수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항구적인 시스템 체제를 도입하고, K-리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성원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학연이나 지연, 연고 등에 따른 선수 선발 방법으로는 월드컵 본선에 더 이상 진출할 수도 없고, 월드컵 때만 반짝 갖는 국민적 관심은 본선에 나가더라도 브라질 월드컵 때와 같이 수모만 당할 뿐이다. 일본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실패에 대한 자성이나 성찰은커녕 여전히 독일을 이겼다는 자기도취에 빠진 채, 변명과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