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8년 08월 01일(수) 19:45

한때, 지자체장들 사이에 크게 유행한 건배사가 ‘우문현답’이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줄임말이다. 모두가 아는 얘기지만 장관이나 지자체장, 사장들이 매번 현장을 찾고, 현장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모든 답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땡볕더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2주째 강북구 옥탑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옥탑방 원순씨’는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의 현실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민의 삶은 3차원이다. 직접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서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발굴하겠다’고 선언하고 폭염을 견디고 있다. ‘정치쇼’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옥탑방 주변은 고충을 털어놓기 위한 민원인들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들은 시장이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이니, 현장 속으로 걸어간 박시장의 1차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은 행정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진리로 통한다. 6·13지방선거에 당선된 민선 7기 단체장들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취임식으로 현장행정 실천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청사 내 강당을 벗어나 야외에서 시민과 함께, 간부 공무원만 참가한 가운데 간소하게 시작한 곳도 많다. 취임식 앞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아예 취임식 없이 현장점검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들도 있다.

필자는 현재 광주·전남 단체장과 지역정치인이 현장에 직접 가서 꼭 체험하거나 들었으면 하는 곳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111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으로 고통 받는데다 올들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현장 말이다.

실제로 지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시중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소리뿐이고 지역 기업에서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도 암울한 전망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의 장기적 불황이 지난 90년대 일본의 불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의 경우 특히 식당 주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들 한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적됐던 식당도 점심시간에 가보면 좌석이 많이 비어있다. 수요가 꾸준해 경기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점점 상권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다.

식당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들의 추락은 옷가게 생필품가게 등 소규모 가게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일상화됐다. 상권침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집계한 올해 2·4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이 10.7%, 소형이 5.2%를 각각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1.1%포인트씩 높아졌다. 영세 상인들이 주로 찾는 소형 상가는 공실률이 5분기 연속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현상이다. 수익구조 또한 악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신용카드사 매출 통계를 기반으로 내놓은 통계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영업자 매출도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소매업은 1년 새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 터키, 멕시코 등에 이어 자영업자 숫자가 많다. 특히 광주·전남은 큰 기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소규모 자영업자가 유독 많다. 지자체장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현장 목소리를 잘 청취해야 할 이유다.

얼마전 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들을 극적으로 구한 이야기는 위기관리 리더십의 예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기적을 만든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확실한 구조 컨트롤타워다. 이번 동굴의 기적에서도 이 같은 현장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태국 정부는 구조작업 중인 6월 말 현장책임자인 치앙라이 주지사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났음에도 계속 현장지휘를 맡겼다. 컨트롤타워는 각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먼저 요청하고 이들의 지적에 귀 기울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언이 잘 들어맞은 기적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탁상공론에 그치는 현실성 없는 제도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경청하며 현장의 필요에 적합한 제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때 그 실효성은 현장 시민에게서 빛을 발한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단체장, 권력자가 되고서도 아무것도 안하고 편안한 책상, 관저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서민들의 아우성을 들을 수 없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다. 당장 문을 닫고 막막한 내일을 겁내고 있는 저소득층의 고단한 삶을 공유할 수 없다.

최악의 실업대란, 고용절벽, 폐업의 시절에 지방정부 수장들은 이론적인 경제정책을 내려놓고 책상머리에서 내려와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지역실정에 맞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현실과 생각의 이격을 현장에서 계속 조정하고 보수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지역경제 난국을 풀어가야 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