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늦기 전에 살려야 한다 박대우 |
| 2018년 08월 02일(목)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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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아서 제주도로 보낸다.”는 속담이 생겨났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한양, 그 중에서도 4대문(동대문-흥인지문, 서대문-돈의문, 남대문-숭례문, 북대문-숙정문)안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분 상승을 뜻하는 시대가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6·25전쟁이 끝난 후, 정부는 수출을 통한 대기업 성장 중심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경제적 성장에 있어서는 큰 성과를 나타냈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격차가 심해지고, 대도시는 인구유입으로 인해 급속한 팽창과 성장을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농촌은 인구유출로 인한 침체와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살펴보아도 2005년 기준으로 국토면적의 11.8%인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되었으며,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본사 중 92%, 제조업체의 56.7%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도시 기능의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이 대한민국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기형적 국가구조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 분야가 성장하고 이에 따라 문화를 비롯한 도시기능 전반이 확대되고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봐도 수도를 중심으로, 또한 대도시가 우선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1986년 기준으로 1.7명을 기록한 이후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도시 기준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UN이 정한 도시의 인구 기준이 5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 행정구역 중 이에 미치는 못하는 지역이 상당수에 이르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 유출의 속도가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또한 인구 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부 지역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대기업들 역시도 노동력이 풍부하고 저임금의 경쟁력을 지닌 외국으로 생산 설비를 옮기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으로 치자면 실핏줄과도 같은 지방이 어려워지면 결국 나라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전이되는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시정 및 자립형 지방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분권형 국가운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지방분권특별법,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신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기 위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전후사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들은 필연적인 결정이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도권에 과도하게 성장역량이 집중되다 보니 지방은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장애요인이었기 때문에 지방으로의 분산정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연속성이 내재된 문재인 정부 역시도 중앙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지방에 넘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이양일괄법안을 중심으로 지방분권 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19개 부처 소관 518개 국가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기 위해 관계 법률을 일괄개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해양수산부 사무 119개가 지방으로 넘어가는 것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산림청 등 유형별로는 인·허가권이 130개로 가장 많고 신고·등록(97개), 검사·명령(131개) 등이 포함돼 있다.
꼼꼼하게 들여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추진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지방의 주도성과 자립적인 성장을 위한 제2, 제3의 조치들이 이어지고, 무엇보다도 지방재정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하면서 거듭 거듭 강조하고 싶은 주문이 있다.
“정책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만시지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