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당 300만원” 대포통장 문자 주의보 건설업체 등 내세워 “보이스피싱 아니다” 현혹 형사처벌 대상…금감원 “솔깃한 제안 조심해야”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8월 13일(월) 20:00

#직장인 최모(28)씨는 최근 모 건설사 조경사업부 김아무개 대리로부터 달콤한(?) 제안을 받았다. 문자에서 김 대리는 “건설대금 회수 용도를 위한 개인 계좌를 임대받고 있다”며 “임대비로 최소 250만원부터 최대 1천만원까지 자금마련이 가능하다. 계약 종료시 50만원을 추가 지급 해주겠다”고 최씨를 유혹했다. 한 계좌당 300만원인 셈이다. 3년차 직장인 최씨는 16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월급에 유류비, 집세 등을 빼면 문화생활은커녕 한 끼 밥값도 쩔쩔 맬 수밖에 없는 상황. 흔들리는 최씨를 김 대리는 “보이스피싱이라는 모함을 받기 싫어서라도 신뢰를 위해 본인 이름으로 된 신분증도 공개 가능하다”며 안심시켰다. 최씨는 “범죄와 연관되지 않으면 빌려주겠다”고 전했다. 실제 김 대리는 모 건설 사업자등록번호와 대표자 이름, 본인 명의의 신분증까지 메시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어 김 대리는 주소지·임대할 은행명과 계좌번호·체크카드 비밀번호·임대비 받을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임대하기로 마음먹은 최씨는 월 100만원인 체크카드 한도를 김 대리가 시키는 대로 일 1천만원으로 올리기 위해 광주 모 은행을 찾았지만,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은행원으로부터 일 1천만원 거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포통장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제서야 범죄와 연관된 사실을 인지하고 김 대리와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었다.

실제 본지 취재기자가 김 대리가 있는 모 건설사에 연락을 수차례 취해봤지만 허사였고, 김 대리가 내민 사업자등록번호 등은 건설사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계좌 임대’나 ‘카드 대여’ 등의 표현으로 불법 대포통장을 수집하는 문자메시지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 지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더 큰 문제는 대포통장 수집업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통장매매를 광고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 대포통장 문자는 직장인, 학생, 노인 등 가리지 않고 개개인에게 하루 많게는 5건까지 전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대신 ‘사용하지 않는 계좌’를 빌려달라거나 통장이 아닌 ‘체크카드나 현금카드만’ 빌려달라고 한다. 아울러 ‘스팸메시지’로 걸러지지 않으려고 띄어 쓰거나 기호를 넣는 경우도 많다.

‘금감원의 금융사기방지 서비스를 도입’했다거나 자신들은 ‘보이스피싱 업체가 아니다’는 것은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거짓말이다.

통장뿐 아니라 체크·현금카드를 만들어 팔거나 빌려주는 것도 모두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당장 적발되지 않더라도 통장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순간, 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뿐 아니라 체크카드, 현금카드를 만들어 팔거나 대여하는 것 모두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대포 통장을 모집하는 불법 메시지를 수신하거나 인터넷 광고 글을 발견한 경우 적극 제보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