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 이경숙 서림교회 권사

2018년 08월 14일(화) 19:11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와 결혼, 사랑의 행위에 대해서는 깊이 공부하지 않는 듯하다. 대부분 젊은 혈기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성적 충동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결혼 문제를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외모와 학벌, 지위, 경제력, 가족 관계 등을 따지고 견주는 데만 골몰하게 된다.

이는 잘못된 일이다. 인생 여정에서 연애나 결혼만큼 중요하고 오래 공부해야 할 일이 또 있을까? 남녀의 감정 교감이나 성적 쾌락 추구가 연애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이란 한 인간이 존재를 걸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마음공부이며 수행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 나서는 고된 과정이 바로 연애이고 결혼이다.

인간은 하나를 향한 근원적인 움직임을 자기 존재 안에 지니고 있다.

부모와 자식, 친구들 간에는 물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합일(合一)을 향한 엄청난 욕구가 존재한다. 인간은 결코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부터 시작해 더 넓은 범위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본래 남성성(性)과 여성성(性)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남자는 겉모습은 남자지만 그 내면은 여성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여자는 겉모습은 여자이나 그 속은 남성으로 형성되어 있다.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은 바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기를 찾아 한군데 결합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모, 학벌, 경제력, 지위, 가족 관계 등 수많은 조건을 따지면서 짝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까닭은 자기 존재의 완전성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 영혼이 하나가 되는 짝을 찾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존재와 상대 존재가 하나로 결합되면서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 작업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공부라 하는 것이고 수행이라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언컨대 이는 어불성설이다. 우리에게는 그저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랑이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연애라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나중에는 결혼이라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연애든 결혼이든 하나의 내적 원리로 관통되어 있다. 그 하나의 원리가 바로, 인간이 자기 존재의 완전성을 실현해내기 위해 상대를 찾고 결합한다는 치열한 마음수행의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애는 느낌과 감정을 중심으로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낭만을 즐기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결혼은 하나의 보험처럼 생활 유지와 노후 보장을 위한 호구지책쯤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연애든 결혼이든 참된 사랑을 기본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애가 성숙해졌을 때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결혼을 하면 충족되어야 할 요구 조건이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먹고살기 위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시댁이나 친정이 생겨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가운데 가정의 평화도 지켜나가야 한다. 어디까지나 사랑이 근본이고 중심이어야 한다. 사랑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으면 생활을 위한 부차적인 조건은 저절로 풀려나갈 것이다. 연애와 결혼을 치열한 마음공부로 볼 때, 이는 곧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구도적 삶의 과정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비장하게만 생각하지 말라. 여기엔 마음 설레는 감동적 움직임과 몸의 환희, 존재의 떨림이 수반되는 갖가지 기쁨과 희열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맛깔스러움을 잔뜩 음미하는 동안 고된 수행이 아닌 기쁜 수행이 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것들을 보너스 일 뿐이다. 보너스에 집착해서 본래 목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인생에 필요한 수많은 공부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만남을 통한 존재의 합일만큼, 온갖 것을 다 끌어안으면서 치열하게 이뤄지는 공부가 또 있을까?

연애와 결혼에서 중요한 요소는 공동체성을 향한 움직임이다. 최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싱글 라이프를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높은 자리에 올라 수입이 넉넉해지면 혼자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부담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어려움을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편이 훨씬 속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귀찮은 것을 피하는 삶은 실은 껍데기뿐인, 허허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비록 고뇌가 스며들고 갈등이 찾아오며 슬픔이 덮치더라도 두 사람과 가족이 함께 울고 웃고 부대끼며 걸어가면 삶을 더 깊게 일궈낼 수 있다. 설렘과 기쁨, 감동과 환희가 잘 버무려져 있는 접시 안에 여기저기 독하고 쓴맛이 담겨져 있는 것이 바로 연애와 결혼이다. 하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삶이 무엇인지 통찰하려는 이들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수많은 난관들이 놓여 있기에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 끝에는 형언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가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결코 그 어느 수도자들의 구도에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수행의 길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