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異變? 강용 |
| 2018년 08월 14일(화)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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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엊그제 소나기는 달궈진 프라이팬에 몇 방울의 물이 튀듯이 잠시 내려 비가 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최고의 슈퍼 폭염, 최장의 열대야 그리고 극심한 가뭄 등 갱신하지 않아도 되는 기록들을 매일매일 갱신하며 태풍을 맞은 나라를 부러워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프리카’라는 신조어처럼 기록적인 폭염으로 모두가 힘들고 불편하겠지만, 4월의 폭설로 폭격을 맞았던 농촌은 또다시 폭염과 함께 동반한 46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대지처럼 농업인들의 가슴도 타들어 갑니다. 흉작으로 폭등하는 농산물은 물가불안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며 생산 농가들과 소비자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연속 가뭄이 들었던 적이 고구려가 13회, 백제가 27회, 신라가 59회, 고려 역시 36회 그리고 조선은 99회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우리나라의 최악의 가뭄은 1904년과 1973년입니다. 1904년에는 왕가뭄이라고 할 정도였고, 1973년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겨우 91㎜로, 평균 강수량 1300㎜의 1/10도 되지 않았으니 그때의 고통은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농부들의 기억으로 보면, 폭염과 가뭄은 사실 매년 겪었던 일입니다. 지금이 기상청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라고 하듯이 1994년에는 폭염으로 수천명이 사망했으며, 2016년 8월에는 관측 이래 최장 폭염, 2015년에도 40년만의 최악, 2013년에도 90년만의 최악, 2012년에는 104년만에 최악의 봄가뭄이라며 정부에서 비상대책 상황실을 운영했습니다.
2009년에도 몇 년간 반복되는 가뭄으로 식수가 고갈된다는 기사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렇듯 언제 부터인지 가뭄과 폭염은 특별히 닥친 재앙이라기 보다 항상 일어나는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년 반복되는 이 재앙같은 현실에서 과거든 지금이든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들을 찾아보면 ‘상황실을 운영하고, 예산을 우선 투입하고, 저수지를 준설하고, 수문을 개방하고, 관정을 개발하고,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반복되는 문장 외에는 특별히 들은 기억이 없으며, 그나마 가뭄과 장마와 홍수를 조절한다던 4대강 사업은 논의할 가치도 없어졌습니다.
매년 많은 관료와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수많은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작년에도 그 전년에도 누군가가 말했던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그렇게 지나갑니다. 내년엔 누군가 다른 분이 또 현장에 나가서 같은 대책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나라를 꼽으라면 이스라엘을 꼽습니다.
우리나라 강수량의 절반도 되지 않고, 토양은 비가와도 지하로 잘 스며들지 않는 석회암이 많아 지하수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나라는, 농업 선진국이자 수출국입니다. 한정된 물이지만 수요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목표에 맞게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물관리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구가 주산지던 사과는 이미 DMZ 넘어 강원도 이북에서도 재배가 되고, 대구의 한 가정집에서는 바나나가 자라고, 수입하거나 외국여행에서나 먹었던 귀해 보이던 열대과일들도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수산물을 포함한 한반도의 대부분의 생태지도가 바뀌는 동안 우리는 ‘이변’이라는 단어 하나를 구실삼아 바뀌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이 반찬 저 반찬 여러 가지 만들어 상다리 휘어지게 여기저기 올려놓은 것도 대책이겠지만, 무슨 요리를 할 것인지를 정확히 생각해서 사전에 재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레시피에 충실하여 무슨 요리를 한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대책이 만들어 지면 좋겠습니다.
덜 익은 옆집 과일을 미리 따먹는 것 같은 인공강우 외에, 우리가 하늘을 대신해 비를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것을 인정하고 사회 각 부분별로 실제적인 대책과 발전 방안들이 만들어지는 정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글을 볼 때쯤 폭염이 걷히고 비가 내리면 더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