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모든 것들, 초록 풀잎이 베어내길” ‘회색빛 베어지다’ 박선욱 지음 도서출판b 1만원 나주 출신 박선욱 시인, 25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억압·소외받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찬미의 詩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8년 08월 26일(일) 18:49

나주 출신 박선욱(58·사진) 시인이 25년 만에 시집을 출간해 눈길을 끈다.

박 시인은 b판시선 26번째 시집으로 ‘회색빛 베어지다’를 최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시인이 25년 만에 출간하는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그동안 광주시립합창단원, 잡지사 기자, 아동문학가 등 다양한 이력으로 활동해 왔다. 그동안 그는 틈틈이 다양한 장르와 유형의 책들을 출간했는데, 그럴수록 시에 대한 갈망이 더욱 강해졌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에서 직접 겪은 세대답게 시집엔 생명에 대한 사랑과 만물의 화평을 굵직한 선으로 그려낸 시편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국가적 폭력이 자행된 곳의 참상을 강력하게 규탄하기도 하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곡진한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고, 인간의 폭력에 속수무책인 땅과 강들 나무와 숲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보낸다.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에는 수많은 억압받은 자들의 아우성이 담겨 있으며, 국가 간 폭력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들,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약자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에서 무고하게 학살당한 사람들(‘고봉산에 다시 피는 꽃’), 미선이 효순이(‘악의 축’), 세월호 참사(‘그날’, ‘푸른 꿈’), 4대강사업으로 죽은 강들(‘한반도 대운하 걷어치워라’), 4·3제주항쟁(‘상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선욱 시인은 “실로 25년 만에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해묵은 노트를 들여다보다 덮곤 했던 일들을 비로소 마무리 짓는 감회가 없을 수 없다”며 “‘회색빛 베어지다’란 표제는 적폐나 폭력, 억압 등 세상 모든 회색빛 어두운 것들을 초록잎이 베어낼 수 있다는 희망에서 붙인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959년 나주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 제1회 실천문학 신인 공모에 시 ‘누이야’, ‘그때 이후로’, ‘가려거든’, ‘잠든 조카를 보며’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등이 있다.

창작동화집 ‘모나리자 누나와 하모니카’, 어린이소설 ‘날쌘돌이 일지매’, 청소년평전 ‘채광석: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 ‘윤이상: 세계 현대음악의 거장’, 어린이 인물이야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 ‘평화와 희망의 씨앗 김대중 대통령’, ‘황병기: 천년의 숨결을 가야금에 담다’,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득신’,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백동수’, 본격 평전으로 ‘윤이상: 거장의 귀환’ 등이 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