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과 ‘한전 공대’ 설립의 딜레마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과)

2018년 08월 27일(월) 19:40

지난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 전국의 대학가는 때 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당장 다음달 10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진단평가 방식에 대해 지방대와 전문대에 불리하고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소재한 대학에만 유리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번 대학역량평가 구조 조정 대상 70%가 지방대인 까닭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금의 평가 자체가 대학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평가란 미명하에 대학을 다시금 줄 세우는 관행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다면 대학 구조개혁은 불가피한가? 물론 답은 “그렇다.”이다. 대학 구조개혁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향후 10년 내에 급격히 일어날 것이라는 인구정책학적 예측에 따른 고육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10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대학 입학 정원(50만7663명)이 대학 지원자(50만6286명)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9학년도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23년에는 대학 지원자수가 39만8157명으로, 10만9506명이나 부족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로 지방대 중심으로 입학 정원 미달 사태가 빚어져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적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대학들을 획일적인 평가 항목으로 재단하고, 비리 사학 퇴출을 통한 대학 구조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21세기 세계 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학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관료 중심의 대학 정책이 남발되고 대학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획일화된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고, 모든 대학들이 평가 기준에 맞추어 움직인다면 대학들 역시 획일화되고 서열화만 더욱 더 고착될 뿐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들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이제부터라도 대학 구조개혁을 고등 교육의 경쟁력과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질적 구조개혁 방향으로 대학 체제를 전환하고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한 대학 체제 개편의 핵심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립대 네트워크화와 공영형 사립대를 100대 국정 과제와 포함시켰다. 그런데 OECD 국가의 고등교육 구조는 평균적으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비율이 8:2다. 반면 우리나라는 2:8이다. 이 같은 구조로는 공공성 확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 경쟁력이다. 이 경쟁력의 원동력은 고급 인력 양성이며, 인력 양성의 주체는 곧 대학이다. 따라서 대학 구조개혁은 ‘자율과 경쟁’의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대학에 학생 선발권은 물론 재정 부분의 자율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대학 교육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학들이 지도록 하고, 정부는 지금처럼 권력을 휘두르며 대학을 간섭하고 제재할 것이 아니라,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도 하나의 산업임을 인식하고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대학 간 인수 합병의 활성화, 수익 자산 매각 허용, 적극적인 대외 개방 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독소 조항이 많은 사립학교법도 차제에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통령 공약사항임을 빌미로 대학 과잉 상태인 광주·전남 지역에 ‘한전 공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답답하다. 특히 현실을 외면한, 정치 공학에 따른 새로운 대학 설립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전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독자 대학 신설보다는 기존 대학의 공과대학에 인력 양성 과정을 두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광주·전남지역의 대학도 살리고 한전 역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