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가족 상봉, 명분과 실리로 풀자 박대우 |
| 2018년 08월 30일(목) 1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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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이후 6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분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혈육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면서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고, 소식도 듣지 못하는 통한의 세월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니 그야말로 유구무언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으로 화해분위기가 무르익고 2년10개월 만에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를 돌아보면 1985년, 서울과 평양에서 최초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 교환행사가 있었고,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00년 8월15일에 역사적인 제1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횟수로는 21번, 기간으로는 19년 동안 남과 북을 오가며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화상 상봉은 2005년에 처음 시작돼 2007년까지 모두 7차례 개최됐다. 그만큼 이산가족 문제는 남과 북의 핵심적인 현안이었고,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지속돼온 국민들의 요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수의 가족들만이 정해진 장소와 시간을 통해 안타까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형식과 규모에 있어서 미흡함과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2박3일의 짧은 만남으로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동안 묻어둔 그리움과 사연들을 어찌 다 전할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상봉에 참여하는 이산가족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의 이산가족 등록자 수는 모두 13만2천603명이고 그 중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은 5만6천826명이다. 이번 상봉을 통해 1회차는 남측이 찾은 이산가족 89명 등 197명이 방북했고, 2회차에는 북측이 찾은 이산가족 81명 등 326명이 만남을 가졌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이번과 같은 규모의 행사가 족히 수백 번은 더 넘게 열려야 모든 이산가족의 숙원이 풀릴 수 있다. 하지만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도 시간은 냉혹하게 흐르기 마련이어서 최근 5년간만 해도 매년 3천여 명씩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시간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서인지 대한적십자사는 추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추위가 오기 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추가로 여는 방안과 함께 생사확인과 정례상봉, 화상상봉, 고향방문, 성묘 등 이산가족 문제 전반에 대해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댄 것으로 보인다. 민간의 영역에서 이만큼의 활동들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역시도 내년도 이산가족교류 예산을 120억원에서 336억원으로 늘리고, 이산가족 대면상봉과 고향방문도 최대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기조를 통해 이산가족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분단과 이산의 기간을 고려한다면, 또한 남아있는 이산가족의 나이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보다 더 획기적인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북관계가 영향을 받고, 북한의 경제 상황이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난 1985년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과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가족과 혈육을 만나게 하고, 이들에게 일정 금액의 여행경비와 현지에서의 물품구입을 허용해야 한다. 인도적인 측면에서 이산가족의 아픔도 어루만지고, 이들의 방북을 통해 북한 경제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미국은 명분을, 북한은 실리를 얻는 방식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