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 클래식 예술은 인간 본연의 흐름이다 정병열 |
| 2018년 09월 11일(화) 18: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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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자 세계적인 예향이며 민주화성지라고 하는데, 예향은 내실이 없고 민주화성지는 지역주의로 소외당하고 있다. 과연 광주의 브랜드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인간 내면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는 순수예술이 무너지고 모든 문화가 자극일변도로 수많은 대중음악과 쏟아지는 뮤지컬 속에서 클래식 전공자들의 설 곳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7일 광주시립오페라단에서 주관한 ‘광주솔리스트앙상블’은 퓨전이나 예술이라는 탈을 쓴 정체불명의 공연 속에 힘들어하고 있는 정통 클래식 예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간간이 접해왔던 한사람, 한사람 빼어난 이 지역 성악인을 한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풍족했다.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당연하다. 높은 가치를 지닌 그 어떤 일도 쉽거나 그냥 재미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인문학을 무대에 올려놓은 최고의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단순한 즐거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깨닫고 감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클래식 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성악도 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고, 한국의 성악과 오페라분야는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로 유명한 아리아 ‘아, 그이였던가’를 시작으로 60명이 아우르는 가곡 토스티‘세레나타’, 레온카발로 ‘아침의 노래’에 이어서 성악계의 주역이 될 2018 광주성악콩쿠르 수상자의 맑고 거침이 없는 우리 가곡 ‘꽃구름 속에’와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 광주의 미래를 보았다.
가을의 문턱에서 사랑과 감동의 하모니에 취하기 전에 오늘이 있기까지 과거로부터 깊은 시간의 흐름에 빠져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이들의 장대한 하모니보다도 8순의 테너 박채옥 선생부터 30대의 소프라노 윤한나까지 이 지역 성악가 한마당이라는데 가슴이 벅차다.
시립오페라단 정갑균 예술감독에 대한 믿음과 2시간 공연시간을 이끌어 간 김덕기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문현옥 교수의 열정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과 나폴리 민요 ‘푸니쿠니 푸니쿨라’를 끝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객석에서 관객들의 환한 얼굴을 보았다. 클래식이 사회를 정화시킨다는 말이 스치면서 이 불씨가 지역 성악인들의 모닥불을 지펴야할 것이다.
예술인의 힘이 사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꾼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클래식 문화예술이 전성하던 시대에 대한 향수와 클래식 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나라들의 여유롭고 풍성한 사회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광주와 시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정통성 있는 문화예술이다.
전문예술인들의 의욕을 시민의 문화 만족으로 되돌려주면서 종합예술의 결정체인 오페라는 시립단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 이는 고유 브랜드 창조와 함께 이 지역의 전문 예술인들에게 주는 기회와 자부심이다.
얼마 전에 대구 오페라하우스 공연 기회가 있었는데, 공연 시작 40분 전에 시장내외와 시의원, 시청 문화예술담당자가 로비에서 식전행사, 지휘자 소개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화예술은 어느 특정 정치인이나 시민의 문제가 아니라 건전한 지속을 위하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이며,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문화예술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도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약속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용섭 시장의 축사에서 ‘이처럼 귀한 공연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수준 높은 공연과 문화예술을 가까이에 두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시장으로서,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에 기대가 크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정통 클래식 예술은 인간 본연의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