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명절은 고향서 보낼 수 있길” 오건웅 이북5도광주시연합회장 67년 전 1·4후퇴 때 부모님과 함께 남한에 정착 실향민 1세대 80% 세상 떠나…“아픔 덜었으면”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9월 20일(목) 19:59

“다음 명절에는 부디 고향 땅 황해도에서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남과 북이 나뉜 지 68년. 100번이 넘는 명절을 낯선 땅에서 보낸 실향민들. 실향민 1세대인 황해도 금천 출신 오건웅(76·사진)씨는 지난 18일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이같은 바람을 말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닷새 가량 남기고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 실향민들이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이북5도광주시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오씨는 황해도 금천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가 1951년 1월4일 1·4후퇴 때 부모님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와 화순에 정착했다.

오씨는 “아버지는 86세, 어머니는 96세에 세상을 떠나셨다”며 “부모님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시다 끝내 고향 땅에 발 한번 못 디뎌 보고 눈을 감으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친척들이 잘 계시는지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며 “두 분 돌아가시기 전에 얼굴을 뵙고 그간 쌓였던 회포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시적으로 만남을 갖거나 생사를 주기적으로 알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회용 만남이 아닌 정기적으로 연락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실향민의 아픔을 백분의 일이라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이 같은 바람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길 희망했다. 1세대 실향민들의 80%가 세상을 떠났고 생존해 있는 실향민들도 고령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실향민 1세대 중 막내 뻘”이라며 “광주 실향민 수가 2천명이 넘었는데 1세대들이 거의 다 돌아가셔서 한 20% 정도만 생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실향민의 아들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좋은 일이 있기를, 정부에서 실향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씨는 “실향민들에게 이산가족상봉은 로또나 다름이 없다”며 “상봉 신청을 했으나 수십년째 연락이 없는 실향민들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한번의 만남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거나 고향을 떠나 다시는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실향민의 아픔을 덜어주는 3차 정상회담이 됐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끝으로 오씨는 “완전한 비핵화, 올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군축 문제 등 평소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남북의 과제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됐으면 한다”며 “특히 남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진 만큼 남북이 추진하기로 한 남·북 철길 개설을 통해 기차를 타고 고향땅을 밟아보는 그날이 기대된다”고 울먹였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