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년’ 조선대 역사를 담다 오수열 조선대 명예교수 ‘역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발간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8년 09월 30일(일) 18:25

지난 8월 조선대에서 정년퇴임한 오수열(사진) 명예교수가 조선대 최대의 격동기로 분류되는 1975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20년의 역사를 기록한 회고록을 발간했다.

특히 이 회고록은 7만2천여 조선대학설립동지회원들의 참여로 개교한 설립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지난했던 학원민주화운동 과정 등을 자세히 수록해 최근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위기에 빠진 조선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수열 명예교수는 최근 550페이지 분량의 회고록 ‘역사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오 명예교수는 1975년 조선대학교 공채 1기 조교로 인연을 맺은 이후 해직과 복직과정을 겪으면서 직접 지켜봤던 조선대 내외의 여러 사건과 에피소드 등을 120개의 목록으로 나눠 세세하게 그려 놓았다.

오 명예교수는 당시 지역사회에서 많이 회자됐던 ‘총장님! 한 바뀌 더 돌까요?’ 등 박철웅 전 총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박 전 총장의 독단과 비리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조선대가 ‘단독설립자’임을 주장하는 박철웅 전 총장의 독단적 학원 경영 속에 성장과 함께 온갖 병리현상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파헤쳤다. 반면 박 전 총장의 공적에 대해서는 본인이 정작 해직을 당하는 등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인색하지 않게 평가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조선대학교 설립배경은 1946년을 뛰어 넘어 일제치하의 조선민립대학설립운동으로 까지 그 맥락이 이어지게 됐는데, 이는 조선대학교가 특정개인의 자금출연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고 7만2천여명의 민중들이 그 어려웠던 시절에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설립됐다’고 명쾌하게 주장했다.

또한 오 명예교수가 이 회고록에서 비중있게 기록한 것은 이른바 조선대 1·8항쟁으로 불리는 1988년의 학원민주화운동이다. 1987년 당시 박철웅 총장의 전횡에 맞선 학생들과 대학 구성원들의 저항의 저항으로 전개된 학원민주화 투쟁의 과정에 직접 관여한 당사자로써 교수 등 구성원들의 이중성을 폭로하면서 항쟁의 의미와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해직과 복직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사건과 에피소드들도 담담히 소개했다. 해직과 관련해서는 권력자의 지침 하나에 무기력하고 비겁하게 처신하던 지식인들의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오 명예교수는 “필자는 정치학자로서 조선대학교에서의 역사적 소용돌이를 뇌리에 기록하려고 애써왔다”며 “이 회고록이 조선대의 설립의 의미와 역사를 바로 알려 조선대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대학발전에 한마음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장성에서 태어난 오 명예교수는 조선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5년 모교에 임용됐다. 하지만 1982년 학원민주화운동에 관련돼 해직 당한 뒤 1984년 타이완으로 건너가 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과 중국인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사회민주화와 함께 1988년 3월 복직한 후 줄곧 조선대에서 재직했다.

지난 8월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로 강의를 계속하면서 광주유교대학 학장과 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 등을 맡아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